팀 동료 믿음 바탕으로 긍정적으로 생각 바꿔
올해 9월 컵대회 내내 교체 선수로 출전하더니 2020-21 V리그 돌입에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원포인트 블로커로 가끔 등장했지만 지난 시즌 신인왕 투표 2위에 오른 존재감은 없었다. 현대건설 센터 이다현(19) 얘기다. 그런 이다현이 2라운드 후반부터 선발 출전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시 다지고 있다.
이다현은 19일 GS칼텍스 전에서 블로킹 4점을 포함한 개인 최다 득점(12점)을 올리며 팀의 연패 탈출에 일등 공신이 됐다. 지난달 29일 인삼공사 전에서 시즌 첫 선발 출전해 5득점 하더니 12일 인삼공사와의 재경기에서도 10득점을 올리는 등 선발 출전을 거듭할수록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모양새다. 그가 선발 풀세트를 소화한 3경기에서 팀도 2승 1패의 호성적을 거뒀다.
이다현은 22일 본보와 통화에서 “최근 주어진 선발 출전 기회가, 즐기는 배구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다현은 시즌 초 ‘정지윤 센터’ 포메이션으로 인해 주로 교체 선수로 출전했다. 하지만 최근 날개 공격 강화를 위해 정지윤이 윙으로 이동하면서, 이다현은 선발 출전 기회를 잡게 됐다. 부쩍 좋아진 블로킹에 대해서도 “루소, (정)지윤 언니 등 사이드 블로커가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주다 보니, 따라가서 (블로킹을) 붙이기만 하면 된다. 확실히 편하다”며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다현은 특히 ‘클러치’ 상황에서 유독 좋은 면모를 보인다. 19일 GS칼텍스 전에서도 4세트 막판 상대 외국인 선수 러츠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한 데 이어 과감한 속공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리그 초반에도 결정적인 득점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이다현은 “클러치 상황에서 오히려 ‘내게 (공격) 공이 올라오면 좋겠다’, ‘블로킹도 모두 따라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자신감을 잃으면 오히려 결과가 나빠진다”고 비결을 털어놨다.
사실 어깨 통증도 시즌 초반 부진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이다현은 “고1 무렵 다쳤던 어깨가 말썽이었다. (9월) 컵대회 전후로 가장 통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은 통증이 거의 없다. 훈련은 물론 경기 소화에도 전혀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부상에서 벗어난 2라운드 중반부터 부담도 떨쳐버렸다. 그는 “좋아하는 배구를 하는데 왜 이렇게 부담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 봤다”고 회상하며 데뷔 동기인 육서영(기업은행)과 권민지(GS칼텍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민지와 서영이가 코트 위에서 ‘어디 한번 붙어보자. (공격으로) 다 뚫어 주겠다’는 눈빛을 보내는 것 같았다”면서 “동기들을 보자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게 올 시즌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 헬렌 루소(29)와 친분이 돈독하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약 2년 반 동안 필리핀에 거주하면서 익힌 영어 실력이 도움이 됐다. 컵대회에서는 루소에게 통역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다현은 “평소 세계 최고 수준인 터키리그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고, 그곳에서 뛴 루소가 팀에 온다고 해 기대가 컸다”며 “말도 잘 통해 호텔 방에 찾아가 장난도 많이 친다”고 웃었다.
‘팬들은 이다현이 더 활약해 주길 바란다’는 의견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프로 2년차 선수”라고 했다. 그는 “주전으로 뛰는 모습도, 혹시 주전이 아닌 교체 선수로 (코트와 선수 대기존을) 왔다 갔다 하더라도 예쁘게 지켜봐 달라”면서 “저 역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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