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안쓰면 거래도 없다'...애플 구글 BMW 줄줄이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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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안쓰면 거래도 없다'...애플 구글 BMW 줄줄이 선언

입력
2020.12.23 17:00
수정
2020.12.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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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휩쓰는 'RE100' 물결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팀 쿡 애플 CEO는 2011년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을 펼쳐왔다. 캘리포니아 소재 본사를 비롯해 전 세계 사무실과 유통점, 데이터센터가 100% 신재생에너지로만 운영된다. 중국 페가트론을 포함해 20곳이 넘는 협력업체들도 100% 신재생에너지로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애플 제공

“우리는 우리가 발견한 것보다 지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애플 CEO 팀 쿡)

2018년 4월, 애플은 소매점, 사무실, 데이터센터 등 기업 운영 영역을 100% 재생에너지로 가동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금년 7월, 부품 조달부터 서비스 제공에 이르는 전 사업 활동에서 203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대담한 목표를 선언했다.

이러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는 캠페인을 RE100이라 한다. 참여 기업의 수는 284개. 구글, BMW, 샤넬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산업에 걸쳐 있다. 그리고 그 물결은 우리나라 산업계로도 급속히 몰려오고 있다.

RE100 참여기업들. 2020년 12월22일 기준 284개에 이른다. 출처 : EKOenergy


왜 RE100인가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를 상징하는 ‘RE’와 100%를 의미하는 ‘100’의 조합이다. 말 그대로 재생에너지 100%로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국제적 캠페인이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탄소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와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공동개최한 '뉴욕시 기후주간(NYC Climate 2014)'에서 시작했다.

RE100 참여기업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하고, 목표 이행계획과 함께 매년 달성 수준을 CDP에 보고해야 한다. 사실 재생에너지 100%는 매우 도전적 목표이지만, 2020년 달성을 목표했거나 이미 달성한 기업이 31%에 이른다. 2030년 내 달성 목표 기업이 75%로 미국, EU, 우리나라가 목표하는 2050년보다 20년이나 빠르다. RE100이 구속력 없는 자발적 의사로 실천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RE100이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는 풍력, 태양광, 수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다. 원자력은 RE100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탄소중립에서 인정하는 청정에너지원에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모두가 포함되지만 민간기업 중심인 RE100에는 재생에너지만 포함된 것이다. 원자력 보유국가가 38개국에 지나지 않으며 독일, 스위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 적지 않은 유럽 국가들이 탈원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출처: 한국에너지공단


RE100이 곧 이익이다

RE100 참여 기업들이 단지 ‘책임과 선의’로 시작한 건 아니다. 실질적 이득이 그만큼 커서다. CDP에 따르면 △에너지 비용 관리 △탄소 배출 감축 목표 이행 △미래를 대비한 운영 △혁신 주도 △에너지 안보 등 5가지가 주요한 참여 목적이다. 이달 발간된 'RE100 연례 보고서 2020'에서는 참여기업의 70% 이상이 'RE100이 비용 절감에 기여한다'고 말한다. 50%가량의 기업들은 이미 비용 효과를 경험했거나 가까운 시일 내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통신사 티모바일은 RE100 이행으로 향후 15년간 1억달러의 비용 절감을 예상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19년 새로 설치한 재생에너지의 56%가 신규 화석연료의 균등화발전비용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이 더 싸다는 얘기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규모 태양광설비 비용은 82% 하락했고 육상풍력도 39% 떨어져 다수의 국가,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가 가장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받는 방식이 되었다.

그래픽=송정근기자

RE100의 목적은 명확하다.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기업들이 탄소감축을 이끌자는 것이다. 만약 모든 기업이 RE100을 달성한다면, 지금보다 10~15%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함께 탄소 중립을 이루자’는 뜻으로 모인 RE100은 초기 계획대로 순항 중이다. 구글, 애플처럼 산업 내 영향력이 큰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관련 기업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독려하고,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해 파급력을 확장해 나가는 식이다. 예컨대 BMW는 자사에 배터리 셀을 납품하는 기업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협력 업체와 함께 5GW(원자력 발전소 5개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구축하고, 50억 달러 이상의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하여 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밝히며 RE100 참여가 새로운 혁신 생태계 창출에 있음을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RE100 참여 기업의 목표 달성에는 980억 달러(2019년 기준)의 투자가 필요한데, 이는 재생에너지 수요 창출과 비용 낮추기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와 RE100

2020년 지구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이 어려움 속에서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장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유럽,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위험에서 벗어나는 '녹색 회복'을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선택했는데 그 중심에 저탄소 에너지 활용이 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도 RE100 기업은 60개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전 세계 전기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이 신규 회원의 42%에 이른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RE100 참여 기업의 수와 규모가 커질수록 재생에너지 활용은 환경을 위한 권고 사항에서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했는지 여부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환경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뒤처진 한국, 커다란 도전 과제

올해 6월까지 국내에서 RE100에 참여하는 기업 수는 제로였다. 기업이 RE100을 달성할 방법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녹색 프리미엄제, 인증서 구매, 전력구매협약 등이 대표적인 이행 수단이지만, 한계성이 명확한 자가발전 외에는 제도적 장치가 전무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환경단체, 고객사, 투자자의 요구에 맞춰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사업장에서는 2020년 RE100 달성이라는 목표를 수립하고 2019년에는 92%를 달성했지만 국내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 적이 없었다.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지난 9월 RE100 이행 방안을 구체화했고 이러한 변화와 함께 기업들의 참여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난 9월 LG화학은 국내 최초로 RE100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11월에는 SK그룹 8개사가 RE100에 국내 최초로 가입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다수의 기업들은 ‘속도 조절론’을 말하며 탄소중립에 대한 부담감을 밝히는 상황이다. RE100으로의 전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비용 부담 때문이다.

2019년 한전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RE100 이행 시 구글, 애플 등의 전기 사용 비용은 15% 감소하지만 삼성전자(46%↑), LG화학(71%↑), 현대차(24%↑)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비용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28.4%)이 크고,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철강, 석유화학 비중(8.4%)이 높다는 점도 불리한 조건이다.

다만 다행히도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10년 전의 4분의 1 수준이다. 현재는 석탄보다 25% 비싸지만 내년에는 역전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대규모 태양광, 풍력 단지 조성과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여줄 수 있는 송배전망, 변전소 등 인프라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재생에너지 비용을 더욱 빠르게 낮춰야 한다.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을 향한 RE100 참여 요구는 점점 거세질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에너지를 구매하는 소극적 수요자에서 벗어나 탄소 중립의 선도자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무역 의존도가 63.51%(2019년)에 달하는 한국 경제 특성을 고려할 때, 늦은 대응은 국가 경쟁력의 도태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공학 박사

에너지 정책 전문가다. 한양대에서 전자전기컴퓨터공학을 공부하고 서울대에서 전력경제 및 시스템(석박사)을 전공했다. 한국전력공사 경제경영연구원을 거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국가과학기술 R&D제도 연구 및 사업 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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