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전 의원 보험연수원장 내정
정희수 전 원장 이어 또 정치인 출신
신임 보험연수원장에 3선 의원 출신인 민병두 전 국회 정무위원장이 내정됐다. 직전 정희수 전 원장(현 생명보험협회장)에 이어 또 정치인 출신 인사가 그 자리를 꿰찬 것이다.
최근 경제관료 및 정치인 출신 등 이른바 '힘 있는 전직'들이 공석이 된 금융협회장 자리를 싹쓸이한 가운데, 보험연수원장 자리에도 정치인이 내정되자 금융권 전체가 소위 '낙하산'들의 자리 나눠 먹기 대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보험연수원은 21일 오전 제2차 원장후보추천위원회(원추위)를 열어 민 전 의원을 제18대 보험연수원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민 전 의원은 추후 회원사 총회를 거쳐 차기 보험연수원장으로 정식 확정된다. 임기는 3년이다.
민 전 의원은 지난 17대, 19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대 국회에선 금융분야 전반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민 전 위원은 주요 금융기관장 인사를 앞두고 꾸준히 하마평에 올랐다. 지난달 은행연합회장 선거를 앞두고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초저금리 시대 은행의 성장전략을 고민하고 해외 진출전략을 만들어 가겠다"며 공식 '출사표'까지 던졌다. 하지만 김광수 당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민 전 의원은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앞서 보험연수원은 삼성·한화·교보생명,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6개사 대표와 외부인사인 김성태 연세대 교수 등 7인으로 구성된 원추위를 설립 55년 만에 꾸렸다. 2018년 12월 새누리당 3선 출신 정 전 원장 내정 당시 불거졌던 '낙하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결과는 원추위 설립 취지와 정반대였다. 원추위가 이날 정치인 출신을 낙점하면서 낙하산 논란은 2년 만에 되풀이됐다. 원추위는 이날 민 전 의원 내정에 대해 "보험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전문교육기관을 이끌어 갈 적임자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수년째 지속되는 금융권 낙하산 논란은 정치권의 물밑 압력과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정부나 정치권은 힘 있는 전직들의 자리를 챙겨줘야 하고, 주요 금융협회 등은 법안 개정 등 정치권 로비를 위해 이들을 영입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금융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사가 중요 역할을 하는 게 금융산업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험 업계 한 관계자는 "민 전 의원은 보험 인력 양성이란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인사"라고 평가했다.
민 전 의원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보험연수원은)보험산업보다는 교육에 초점을 맞춘 기관으로, 교육위원회 위원 등 국회에서도 교육은 쭉 해왔던 분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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