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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갑질과 땅굴… 한국적 공포로 키워낸 '스위트홈'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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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갑질과 땅굴… 한국적 공포로 키워낸 '스위트홈' 괴물

입력
2020.12.21 17:30
수정
2020.12.21 18:45
21면
0 0

'괴물 구현에 1년 6개월' 한국 첫 크리처물 드라마 보니

넷플리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였던 고등학생 현수가 가족을 잃고 새로 이사간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리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였던 고등학생 현수가 가족을 잃고 새로 이사간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넷플릭스 제공


반쯤 잘린 머리에 연근처럼 구멍이 송송 뚫린 뇌. 인기척을 느낀 괴물의 뇌가 꿈틀거릴 때마다 공포는 더욱 커진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은 동명 원작 웹툰 속 괴물들을 실감나게 되살렸다.

괴물 구현에 투자된 시간은 1년 6개월.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미국 할리우드에서 '어벤져스' 시리즈 등 블록버스터 특수 효과로 이름 난 레거시이펙츠가 만든 특수분장을 하고 직접 괴물을 연기하며 공을 들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에 나오는 괴물. 머리가 연근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동명 원작 팬들 사이 '연근 괴물'로 불린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에 나오는 괴물. 머리가 연근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동명 원작 팬들 사이 '연근 괴물'로 불린다. 넷플릭스 제공


"어두운 한국역사 속 땅굴로 빛을 향해 나가는 모습 보여주고파"

'스위트홈'은 일그러진 욕망과 혐오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괴물로 변화하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다. 한국 드라마 최초로 괴물을 소재로 한 '크리처물'로, 성패를 좌우할 괴물의 실사화는 비교적 잘 이뤄졌다는 평가다. 일단 초반 화제 몰이엔 성공한 분위기다. '스위트홈'은 21일 기준 한국을 포함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카타르 태국 베트남 등 총 8개국 넷플릭스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만든 이응복 PD가 연출을 맡았다.

드라마는 '한국적 공포'를 새 연료로 굴러간다. 드라마의 주 배경은 주민들이 괴물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철거 직전의 아파트 '그린홈'으로, 땅굴을 오가며 주민들은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마주한다. 원작엔 땅굴이 없다. 21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이PD는 "우리나라에 오래된 땅굴이 많다고 들었다"며 "전란이나 일제강점기 등 어두운 역사에서 나타난 땅굴을 활용해 어두운 통로로 빛을 향해 나아가는 주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넷플리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에서 고등학생 현수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었다. 학교에선 따돌림을 당해 세상과 단절된 채 산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리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에서 고등학생 현수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었다. 학교에선 따돌림을 당해 세상과 단절된 채 산다. 넷플릭스 제공


여성 소방관이 이끄는 연대... '킹덤'과 달리 '인간성 상실'에 주목

과거뿐 아니라 현재 한국사회의 비극이 이 판타지 드라마에 공감을 높이는 땔감으로 쓰인다. 이 PD는 원작에 살을 붙여 최근 사회적 공분을 산 경비원을 향한 '주민 갑질' 문제를 작품에 녹이고, 인간의 괴물성을 부각한다. 드라마에선 괴물에 딸을 잃은 엄마와 부모를 잃은 아이가 서로 의지하며 절망을 견딘다. 원작엔 없는, 드라마 속 여성 소방관(이시영)은 위기에서 인간의 의지와 연대를 강조하는 상징으로 쓰여 차디찬 극에 군불을 지핀다. 이 PD는 "한국적인 정의, 믿음, 가족애, 우정 이런 것들이 발현돼 괴물과 싸우는 이야기에 사람들의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다"고 말했다. '반도'와 '킹덤' 시리즈가 좀비로 인해 멸망 위기에 놓인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면, '스위트홈'은 어떻게 인간이 괴물이 되는지, 즉 '인간 실격'에 주목한다.


드라마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 등을 연출한 이응복 PD. 김은숙 작가와 멜로 드라마를 연출해 빛을 봤던 이 PD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에서 처음으로 장르물에 도전했다. 이 PD는 "한국 드라마의 소재를 확장하고 싶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 등을 연출한 이응복 PD. 김은숙 작가와 멜로 드라마를 연출해 빛을 봤던 이 PD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에서 처음으로 장르물에 도전했다. 이 PD는 "한국 드라마의 소재를 확장하고 싶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에 따르면 '스위트홈' 제작엔 300억원(회당 30억원·총 10회)이 쓰였다. 기존 드라마 회당 제작비 6배를 훌쩍 넘는 예산이 투입된 만큼 볼거리가 많다. 3,500평 규모의 초대형 아파트 세트가 대표적. '스위트홈'은 국내 크리처물의 가능성과 함께 숙제도 남겼다. 주인공인 현수(송강)가 어떻게 괴물화를 극복했는지를 비롯해 괴물이 된 극중 인물의 어긋난 욕망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아 '몰입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서 이야기는 때론 뚝 끊기고, 흐름은 덜컹거린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원작과 비교해 캐릭터 서사가 단층적으로 다뤄졌다"며 "시즌2로 가기 위해선 서사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스위트홈'의 시즌2 제작은 확정되지 않았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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