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뷸런스로 환자 이송 모습
점심에도 한산 상권 초토화
"비켜 주세요."
21일 오전 경기 부천시 상동의 건물 1층 출입구에서 흰색 방역복을 입은 119구급대원 2명이 주변에 있는 시민들에게 다급하게 물러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접이식 침상 형태의 환자운반기를 이용해 환자 1명을 신속히 구급차로 옮겼다. 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된 이 건물 8층 효플러스요양병원 관련 확진자로, 감염예방을 위해 투명한 비닐로 만든 음압형 이송장비 속에 들어가 있었다. 환자는 감염병 전담 병상 배정을 받아 이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였다.
병상 배정 기다리다 3명 또 숨져
지난 11일 요양보호사 6명이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선 이날까지 모두 139명(환자 98명, 종사자 4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체 환자와 종사자 200명 중 69.5%가 확진된 것이다.
사망자도 잇따랐다. 지난 13일 70대 남성 환자(11일 확진)가 사망한데 이어 14일 1명, 16일 2명, 18일 2명, 19일 5명, 20일 3명 등 모두 14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 13명은 전담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가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특히 전날 사망한 환자 3명은 무려 열흘 동안이나 병상 배정을 기다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무더기 확진에 사망자까지 속출하다 보니 효플러스요양병원과 같은 건물에 입주한 시민들은 물론 인근 상인과 직장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요양병원 인근 회계법인에서 일하는 구모(31)씨는 "요양병원 집단감염 이후 회사에서 재택 근무 전환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건물에 입주한 일부 시민은 이날 건물 관리사무소 측에 요양병원 환자 이송 때 엘리베이터 사용 문제를 놓고 다투기도 했다. 건물에선 현재 요양병원 확진자 전용 엘리베이터가 운영되고 있어, 비확진자는 다른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인근 먹자골목 점심 때도 한산
요양병원 인근 음식점과 주점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힘든 상황에서 요양병원 집단감염 사태까지 터지자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이 일대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아웃렛 등이 밀집한 부천 최대 번화가지만, 이날은 점심시간인데도 요양병원 주변 먹자골목에서 행인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임대'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빈 건물과 '포장·배달만 된다'고 써붙인 안내문구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썰렁한 상권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먹자골목의 한 식당 관계자는 "코로나로 고사직전인데, 코앞에서 (확진자를 이송하는) 앰뷸런스까지 왔다갔다하니까 주변 분위기가 정말 말이 아니다"며 "연말연시 대목인데 5인 이상 사적 모임까지 금지된다고 하니 가게를 닫아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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