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과오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직후 유승민 전 의원과 독대했다. 김 위원장과 유 전 의원 모두 '개혁 보수' 성향이라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에 이목이 쏠렸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은 '킹 메이커'를 자처하고, 유 전 의원은 '킹'을 노리고 있다.
20일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17일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3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배석자는 없었다. 지난달 유 전 의원이 여의도 복귀를 알린 자리인 '희망22' 토론회에 김 위원장이 참석한 것이 독대의 계기가 됐다. 유 전 의원측 인사는 "유 전 의원의 (대선) 구상에 김 위원장이 덕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과 유 전 의원은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잠시 함께 도왔던 것 말고는 접점이 없다. 대선 때도 두 사람 관계가 그다지 매끄러웠던 건 아니다. 유 전 의원이 2017년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 김 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4월 21대 총선 때는는 유 전 의원이 김 위원장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유 전 의원이 김 위원장의 '탄핵 사과' 직후에 만난 점은 의미심장하다. 유 전 의원 지론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 즉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유산을 털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국민사과로 탄핵의 강을 가장 앞장서서 건넌 셈이 됐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이 의례적으로 덕담만 나눴다고 보긴 어렵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노선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