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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불평등

입력
2020.12.20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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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마이크 팬스 미국 부통령이 18일 백악관에서 백신 기피증 차단을 위해 화이자 백신을 공개 접종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번 주가 코로나19 대유행 끝의 시작으로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AP=뉴시스

마이크 팬스 미국 부통령이 18일 백악관에서 백신 기피증 차단을 위해 화이자 백신을 공개 접종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이번 주가 코로나19 대유행 끝의 시작으로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AP=뉴시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에서 빠져 나오는 해법은 집단면역이다. 집단 대부분이 면역성을 가지면 감염 확산이 멈추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코로나19에선 대체로 집단의 75%가 면역을 가져야 하는데 백신 접종이 최선책이다. 백신 없이 집단면역에 나선 스웨덴은 희생만 늘려 망신을 당했다. 백신이 일상 복귀, 경제 회복을 의미하면서 세계는 전쟁하듯 백신확보 경쟁에 나섰다. 뒤처지면 더 오래 코로나에 노출되고, 경제 타격도 커지게 된다.

□ 코로나19의 특징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데 있다. 그래서 코로나는 평등하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코로나 백신은 불평등하다. 백신 확보는 힘, 자본의 논리가 작용하는 경제 전쟁이다. 백신 민족주의 앞에서는 인류 양심도 흔들린다. 국제앰네스티 등이 참여한 피플스백신에 따르면 70여 빈국들은 내년까지 국민 10%에게만 백신을 맞힐 수 있다. 부자 나라들은 이미 자국민 모두에게 세번씩 접종할 백신을 확보했다. 캐나다는 6배, 미국 영국은 4배, 유럽연합(EU)과 호주는 2배 물량을 선계약 했다.

□ 코로나 위기는 세계적인데 해법은 국가 안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백신 장려금 지급 논란은 그런 실례다. 40%에 달하는 백신 기피 시민들에게 돈을 주어 접종을 유도하고, 집단면역을 빨리 이루자는 얘기다. 백신 접종자에게 1,000달러씩 모두 2,500억달러를 주면 소비 진작까지 가능해 일석이조가 된다는 백신의 패러독스는 석학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노벨상 수상자 폴 로머 뉴욕대 교수, ‘괴짜 경제학’의 공저자 스티븐 레빗까지 백신 인센티브에 찬성한다.

□ 부자 나라의 고민은 정부 불신의 결과이나 리더십이 사라진 글로벌 사회의 단면이다. 교황이 백신의 보편적 공급을 주문하고, 유엔 사무총장은 백신은 공공재라고 선언했지만 울림은 크지 않다. 캐나다 뉴질랜드가 남는 백신의 기부를 언급한 정도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에는 달라질 세계에 대한 기대 섞인 담론이 많았다. 코로나 터널의 끝을 알린 백신이 전개하는 불편한 현실을 보면 세계는 잠깐 흔들렸을 뿐이다. 위기일수록 현실과 당위가 길항하고, 조화를 이뤄야겠으나 낙관이 쉽지 않다.

이태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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