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거세지자 변 후보자? "국민께 심려 끼쳐 죄송" 사과
비정규직을 향한 부정적 인식 등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부적절한 발언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자격 논란으로 번졌다. 2016년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비정규직 청년이 사망한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를 개인 과실로 몰아가는가 하면, 건설현장의 장시간 노동 문화를 두둔하는 등의 발언이 18일 알려지면서다. 논란이 거세지자 변 후보자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 등에서 자질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구의역 사고 아무일 아닌데, 박원순 공격 받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입수한 '2016년 6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회의 회의록' 자료에는 '구의역 사고' 책임에 대한 변 후보자 발언이 나온다. 구의역 사고는 2016년 5월 승강장 내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김모(당시19세)군이 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회의에서 변 후보자는 "구의역 사고는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인데,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박원순) 시장이 공격을 받고 있다"며 "걔(김군)만 조금 신경 썼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김군의 죽음으로 상위기관 감독자인 박원순 당시 시장만 비난을 받았다는 취지다.
하지만 구의역 사고는 서울시-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하청회사로 이어지는 '위험의 외주화'를 보여준 전형적 사례로, 최상위 기관이었던 서울시를 향한 비판도 적지 않게 쏟아졌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업무사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메트로 전 대표에게 벌금 1,000만원을 확정했다.
변 후보자는 같은 회의에서 장시간 노동시간을 합리화하는 발언도 했다. 주5일 근무 필요성에 대한 참석 간부의 발언에 변 후보자는 "주5일을 하면 '돌관작업'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된다"면서 "솔직히 토요일이나 일요일도 비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건설현장에서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평일이나 휴일 구분 없이 일한다는 뜻의 '돌관작업'은 산업재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통령은 임대주택 중요성 당부했는데...후보자 인식은?
변 후보자는 지난 11일 경기 화성 동탄에서 임대아파트의 중요성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하고 각별히 신경까지 쓰라는 당부를 받았다. 하지만 변 후보자는 SH 사장 시절, 이 지점에 있어서도 문제가 될만한 발언을 했다. 그는 2016년 6월 SH공사 건축설계처 회의에서 공유주택의 '공동 식당 운영' 제안을 논의하던 중 "못 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말했다. '행복주택'에 대해서도 "입주자를 선정할 때 아예 차 없는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입주민들이 들어온 후 으쌰으쌰 해서 우리한테 추가로 (주차장을) 그려 달라 하면 참 난감해진다"고 했다. 이를 두고 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한 편견이 담겨 있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에 정의당까지 비판...순탄치 않은 청문회 전망
변 후보자는 발언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오후 "SH사장 재직 시 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공직 후보자로서 더 깊게 성찰하고 더 무겁게 행동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변 후보자가 바로 사과를 했지만 당장 23일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부터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최대 현안인 부동산 정책을 총괄할 변 후보자를 국민의힘이 '집중 검증' 대상으로 벼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정부가 약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두 얼굴의 실체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변 후보자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한 사실을 두고도 "제2의 조국"이라고 날을 세웠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논란이 된 변 후보자 언급은) 사적인 발언이 아닌, SH공사 회의록에 버젓이 수록된 것"이라며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에 대해 최소한의 배려와 존중도 없는 사람을 문 대통령이 국토부장관 후보자라고 내놓았나"라고 비판했다.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변 후보자의 시선에 정의당도 차가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위험의 외주화, 구조적 재난을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는 안일하고 부당한 현실인식에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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