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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의 시대다

입력
2020.12.19 12: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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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영
전미영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편집자주

요즘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돈을 쓸까? 우리나라 소비시장에서 발견되는 주요 트렌드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향후 기업과 시장에 가져올 변화 방향을 예측해본다.


경기 용인 재활용쓰레기처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 용인 재활용쓰레기처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됐다. 온라인 구매의 확산에는 명암이 교차한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환경 문제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집 앞으로 배송되는 택배박스를 받다보면 과연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환경에 대한 염려가 덩달아 높아진다. 일상의 편의가 환경을 해치는 쓰레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포장을 최소화하자는 움직임이 조심스럽게 일기 시작한다.

사실 이것은 놀라운 변화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배송이 얼마나 신선하게 이뤄지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했지, '배송 포장재가 환경을 얼마나 파괴하는가'는 질문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다소 불편하고 비용이 더 발생하더라도 편의보다 환경을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선의의 차원에서 자연을 배려하자는 ‘친환경’이 이제는 우리 생존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하는 ‘필(必)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필환경은 '반드시 필(必)'과 ‘환경’의 합성어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2019년에 발표한 신조어다. 이 단어가 코로나19와 함께 다시 한번 재조명되고 있다.

기업도 경각심을 갖고 대응한다. 포장재 이슈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포장 완충재로 비닐 소재를 주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스티로폼을 닮은 생분해성 완충재가 사용되고 있다. 골판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다 내용물에 맞춰 모양 변경이 쉬워 포장 재료를 절약하는 아이디어로 활용된다. 종이를 가늘게 잘라서 에어캡의 효과를 내기도 하고, 구겨진 종이로 상자 주변을 포장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제품을 별도로 포장하지 않고, 재사용이 가능한 '배송박스'에 담아 배달하는 업체도 생겼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필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배송을 위한 운송 수단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모빌리티 기업인 우버는 영국에서 2025년까지 전체 운행 차량을 친환경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쿠팡은 현대자동차와 수소화물차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어 수소화물차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GS칼텍스는 제주도에 한해 편의점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토바이가 아닌 드론으로 배송하는 시범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아자동차는 상하차가 용이한 저상 물류차, 냉장·냉각 시스템이 적용된 신선식품 배송차 등으로 활용되는 도심 물류 맞춤형 ‘목적 기반 모빌리티’ 차량을 개발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필환경 트렌드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성인보다 친환경운동에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하면서 자신의 관심사를 인터넷에 표현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이들 세대에 환경 이슈는 본인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좋은 주제다. SNS에 자기 관심사를 해시태그로 붙이고, 집회에 나들이 가듯 참석하며,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담아 환경을 위협하는 기업에 경고한다. 필환경을 무시하는 기업에 대해 ‘혼쭐’내준다면, 반대로 필환경을 실천하는 기업에는 팔아주기 운동, 이른바 ‘돈쭐’을 내주기도 한다.

지금, 먼 미래에 누군가가 지구의 지층을 살핀다면 그곳은 온갖 플라스틱과 비닐 등의 쓰레기로 뒤덮여 있을지도 모른다. 기업들은 필환경 이슈에 대해 보다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소비자의 지지를 얻어야 할 것이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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