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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갓집 항명' 이후 심재철은 윤석열에 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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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갓집 항명' 이후 심재철은 윤석열에 등 돌렸다

입력
2020.12.18 01: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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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윤 총장 잘 보필할 것" 의욕
양석조 검사 "당신이 검사냐" 발언을?
윤 총장 지시로 받아들이고 돌아서

심재철(가운데) 법무부 검찰국장이 10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라임자산운용 수사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있다. 오대근 기자

심재철(가운데) 법무부 검찰국장이 10월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라임자산운용 수사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직 2개월’ 중징계를 받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심재철(51)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징계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에 윤 총장에 대한 '악의적' 평가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차갑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심 국장과 함께 근무했던 검사들은 대체로 그를 다정다감한 상사로 기억하고 있다. 윤 총장에 대해서도 악감정은 없었던 것으로 알았기에, 심 국장이 보여준 최근 모습은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할 때는 사람을 좋아해서 주변을 잘 챙기고, 인심도 후해서 좋은 분으로 알고 있었다. 윤석열 총장한테 이렇게까지 할지 상상도 못 했다."

지방검찰청 한 검사

17일 복수의 전ㆍ현직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심 국장은 올해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단행된 인사에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부임하자, 주변에 “대검에 가면 윤 총장을 잘 보필해서 꼬인 문제를 잘 풀어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처리를 두고 윤 총장과 여권의 갈등이 컸던 시기라,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된 심 국장의 대검 발령은 윤 총장 견제 역할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정작 심 국장 본인은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사가 난 지 열흘 만에 사달이 났다. 심 국장의 부하로서 함께 상가를 찾았던 양석조(47)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현 대전고검 검사)이 “당신이 검사냐”며 심 국장에게 항명성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 사법처리 문제를 다루는 회의에서 심 국장이 조 전 장관을 무혐의 처리하자고 주장했던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상가에는 윤 총장도 방문했지만 공교롭게도 잠시 자리를 뜬 상태였다. 10여분간 이어진 양석조 검사의 공개 항명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심 국장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검찰 내부사정을 잘 아는 검사들은 이날 벌어진 이른바 ‘상갓집 항명 파동’ 이후 심 국장이 윤 총장에게 등을 돌리게 됐다고 보고 있다. 윤 총장이 대검 간부와 검찰 구성원들이 다 보는 자리에서 양 검사를 부추겨 자신에게 망신을 줬다고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당시 상가를 찾았던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 성향상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공개적으로 큰 망신을 당한 심 국장 입장에선 윤 총장 지시로 양 검사가 대들었다고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검사들에게 사람 좋다는 평가를 들었는데, 이번 총장 징계 과정에선 모질게 하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윤 총장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

수도권 검찰청 한 부장검사

심 국장은 공교롭게도 그 사건 이후 본격적인 ‘반(反)윤석열’ 행보를 걷게 됐다. 대검 참모로서 금기인 윤 총장에 대한 반감도 숨기지 않았다.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 윤 총장이 거론되자 “정치인 납셨네”라는 말을 공공연히 했고, 윤 총장이 올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자, 법무부 간부들에게 “(윤 총장이) 이대로 총장 임기를 마치면 대선까지 나간다. 윤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검찰 독재를 할 것”이라고 수차례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국장은 윤 총장이 징계를 받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주요 특수ㆍ공안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상갓집 파동 직후인 올해 2월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은 최근 윤 총장 감찰이 본격화한 후 법무부 감찰담당관실로 건네져 윤 총장 징계 청구의 핵심 사유가 됐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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