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심의·의결 요구서 내용 보니]
①재판부 분석 문건→ "법관 공격·비방 의도"
②채널A 수사·감찰 방해→ "총장 권한 남용"
③국감 발언→ "정치적 해석 막으려 노력했어야"
윤 총장 측 "추측일 뿐, 증거도 없이 인정" 반박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징계 사유였던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의 성격에 대해 “특정 사건 재판부에 불리한 여론 구조(프레임)를 형성, 재판부를 공격ㆍ비방하거나 조롱해 우스갯거리로 만들 때 활용할 목적,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위는 또, ‘검언유착’ 의혹으로 불린 채널A 사건과 관련한 윤 총장 태도를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못 하게 했던 수년 전 상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법관의 '부정적 이미지' 만들려 했다"
17일 공개된 윤 총장 징계 심의ㆍ의결 요지서에 따르면, 징계위는 ‘주요 사건 재판부 문건 작성 및 배포’ 징계 사유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ㆍ검찰청 공무원행동강령 위반 행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무분장상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ㆍ관리할 수 있는 정보가 ‘수사’ 정보라는 점에서, 법관 개인정보를 위법 수집하고 검찰 공무원에게 직무 범위 밖의 업무를 하라는 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징계위는 특히 “재판부의 정치적ㆍ이념적 성향을 단정적으로 규정, 법관의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려 했다” “모욕적이고 명예훼손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 등의 지적을 가했다. 예컨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한 시위대 4명에 집행유예 선고’라는 문건 내용은 “전교조에 온정적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전교조 판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게 징계위의 판단이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기재 내용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최대 논란거리였던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부분에 대해서도 관련 내용이 당시 언론에 상세히 보도되지 않은 점을 들어 “공판검사들이 재판기록에서 확보했거나 ‘사법농단’ 수사팀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정보를 그대로 제공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징계위는 “이런 행위는 법관을 위축시키므로, 어떤 경위로든 법관의 정치적ㆍ이념적 성향 관련 개인정보를 수집ㆍ배포하는 건 검찰총장이 해선 안 될 일”이라고 못 박았다.
"채널A 사건, 스스로 회피했어야"
채널A 사건과 관련해선,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 총장에게 외압을 가했던 법무ㆍ검찰 상사들의 모습이 지금의 윤 총장한테서도 겹쳐 보인다고 지적했다. 징계위는 “불과 몇 년 전 모습과는 정반대로, 과거 윤 총장이었다면 ‘내가 관여하면 수사의 공정성에 의심을 받겠다. 결과만 알려주고 소신껏 수사하라’고 말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스스로 회피를 했어야 했는데도 안 한 것은 물론, 대검 감찰부의 감찰을 중단시키고 자신이 구성을 주도할 수 있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는 등 검찰총장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설명이다.
"징계진출 메시지로 67.2%가 해석"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항목에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퇴임 후 정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민과 사회에 봉사할 방법을 찾겠다”고 윤 총장이 답한 것을 두고 한 설문조사에서 ‘정계 진출 메시지’로 본 의견이 67.2%에 달했다는 게 그 근거였다. 원론적 발언이라 해도, 국민들은 정치적 해석을 하는 만큼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는 노력을 마땅히 했어야 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징계위는 “징계양정 기준상 각각 정직 이상 해임에 해당하는 중한 사안으로 종합적으로는 해임이 가능하지만, 유례가 없는 검찰총장 징계 사건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했다”고 ‘정직 2개월’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윤 총장 측은 “의결서 내용을 보면 추측일 뿐이고, 증거도 없이 (징계 혐의를) 인정한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