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충격 탓 3단계 격상 회피
'2.5단계+알파'로 또 변형 지침
17일 방역당국이 '방역 사각지대 최소화 지침'을 내놓은 것은 결국 경제에 줄 충격을 우려한 조처로 보인다. 하지만 사전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3단계 격상을 하거나 2.5단계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변형된 '2.5단계+알파'를 택함으로써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뭐가 뭔지 모를 수준이 됐다는 불만도 나온다. 정부가 다음주부터 '거리두기 방역수칙 내용 지역별 정보'를 모바일앱으로 제공하겠다 한 건 이런 불만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정부가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3단계 격상을 극력 피하는 것은 경제에 줄 충격 때문이다. 3단계는 사실상 웬만한 가게들 모두 문을 닫아야 하는 수준이다. 인원이나 시간 제한을 넘어선 조치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거리두기 2단계 때는 민간소비가 연간 4% 줄지만, 3단계 때는 그 4배에 달하는 17%가 줄어든다는 보고서를 지난 10일 내놓기도 했다.
더구나 3단계는 심리적 충격도 상당해서 한국은행은 "완화된 통화정책이 실물 경제에 파급되는 효과가 제약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 급하다고 돈 풀어봐야 사람들이 안 움직여서 별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1년 가까이 이런저런 영업 제한 조처를 감내해온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3단계 격상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환자가 너무 많이 쏟아져 역학조사나 의료체계가 감당해내지 못할 수준이 아니라면 3단계 격상을 할 수 없다는 정부의 설명은 그래서 나온다.
정부가 3단계 사전 검토 문제를 두고 △생필품 상점은 운영 △대형마트 일괄폐쇄 재검토 등을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의 3단계 격상 지침을 지킨다고 모든 가게 문을 닫게 할 경우 생필품을 둘러싼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온라인 쇼핑 등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은 고립될 위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의료계에서도 3단계 격상을 두고 고심하는 정부를 이해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률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실내 생활이 많은 겨울철의 특성을 감안하면 단계 격상에 따른 확진자 감소 효과가 예상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에 비해 국민들이 받을 충격과 불안감은 너무나 크다"며 "지금으로선 인력과 병상을 빨리 확충해 '상황이 관리되고 있으며, 환자가 방치되는 일은 없다'는 명백한 신호를 국민에게 주는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혼란과 반발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방역 사각지대 최소화 지침'은 기존 수도권 2.5단계와 또 다른 얘기다. 비수도권은 일괄 2단계지만, 지방자치단체 별로 방역 수준을 별도로 설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난 한달간 단계가 계속 변해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헷갈리기 일쑤다.
3단계가 되면 이·미용실 이용이 금지된다는 얘기에 경기 의정부의 한 동네 미용실에는 전날부터 시간당 3~5명씩 손님이 몰렸다. 이 미용실 원장은 "손님이 많아 좋기는 한데 3단계 되면 장사 접어야 하니 걱정부터 앞선다"고 하소연했다. 약국은 3단계에도 문을 열지만 비상약을 사두려는 이들이 늘면서 동네 약국마다 줄이 이어졌다. 경기 화성시의 한 약국 관계자는 "타이레놀이나 종합감기약 같은 걸 한 번에 여러 통 사간 손님이 어제, 오늘만 10명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 그렇다 하니 그런 줄 알지 3단계의 정확한 내용을 아는 이들은 드물었다.
수도권의 한 고등학교 교사인 최모(35)씨는 "이미 3단계 기준을 충족했다는데 정부는 또 아니라고 하니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며 "거리두기 매뉴얼을 맨날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고, 들여다본다 한들 정부가 자꾸 또 다른 기준을 내놓으니 뭐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어 혼란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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