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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의 독립성?

입력
2020.12.17 18:00
수정
2020.12.17 18:21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실. 뉴시스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 2개월 정직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함께 검찰 개혁의 양축으로 규정했다. 검찰 개혁과 공수처를 통한 검찰의 민주적 통제 필요성이 선명히 부각됐다고 본 것이다. 16일 윤 총장 징계를 전후로 공수처법 개정안 긴급 공포(15일), 징계 결정 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의, 18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개최 등을 바삐 진행하는 것은 여론의 시선을 윤 총장 징계에서 검찰 개혁 이슈로 돌리기 위함이다.

□다만 윤 총장의 소송전으로 ‘법원의 시간’이 열리는 게 변수다. 민주당 인사들이 17일 윤 총장을 향해 “대통령과 맞서려느냐”며 자진 사퇴를 거론한 이유다. 압박전도 펴고 있다. 법무부가 ‘판사 사찰’ 혐의(직권남용)로 수사 의뢰한 윤 총장이 공수처 1호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장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이첩받을 수 있는 만큼 서울중앙지검이 맡은 윤 총장 장모ㆍ부인 사건 수사도 거론한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맞서는 모습은 여당에 부담이다. 법원이 법무부 손을 들어 준다면 모를까 반대의 경우는 최악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1호 수사대상 운운하며 공수처의 생명인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언사는 이해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공수처장에 친정권 성향 인사를 앉히려고 야당 비토권까지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비등한 마당에 공수처가 여당의 통제가 가능한 기관인 것처럼 비치게 하다니, 무신경의 극치다.

□그런 식이면 검찰이 수사 중인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이나 지지부진한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 수사도 공수처가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이 없다. 어떤 사건을 수사할지 여부는 오직 공수처장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공수처장 임명 전부터 여당이 앞장서 수사대상을 거론하면 공수처장의 선택과 결정이 제약을 받고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당은 정치적 활용에만 급급하고, 대통령은 검찰총장 임기제마저 형해화한 마당에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라고 하니 답답하고 공허할 따름이다.

황상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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