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퇴임 앞두고 사면 청원 빗발쳐"
20여명 명단에… '셀프 사면'도 고려 중
미국 백악관 주인이 바뀔 시점이 다가오자 마음이 급해진 사람들이 있다. 대통령 특권인 사면ㆍ감형만 바라보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물심양면 도왔던 이들이다. 때문에 대통령 임기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요즘 백악관에는 전화와 이메일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미 CNN방송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권력까지 짜내려는 사면ㆍ감형 요청이 쇄도하면서 측근들이 명단 자료 만들기에 바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법무부가 받은 탄원서를 토대로 사면 대상을 검토하던 전통적 절차 대신 백악관 내부에서 직접 관련 업무를 처리해왔다. 이런 관행 탓에 임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보좌관이나 마크 메도스 비서실장, 팻 시펄론 법률고문 등 백악관 실세들에게 줄을 대려는 연락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면권은 지난달 대선이 끝난 후 사실상 업무에 손을 뗀 트럼프 대통령이 열의를 보이는 유일한 업무이기도 하다. 그는 사면 요청 자료를 검토하고 주변인들의 의견을 듣는 데 열심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 종료와 관련된 다른 문제들과 달리 트럼프는 관용을 보여줄 수 있는 권력(사면)에 대해선 토론을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사면 유력 명단에 오른 사람은 24명이 넘는다. 대부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정치적 표적이 될 수 있는 이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25일 ‘러시아 스캔들’ 관련 허위진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측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사면해 논란을 일으켰다. 퇴임을 앞두고 최측근을 사면한 것은 명백한 ‘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곱지 않은 시선에 아랑곳 않고 가족 사면과 심지어 ‘셀프 사면’까지 저울질하고 있어 비난 여론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방송은 관계자의 말을 빌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 본인에 대한 선제적 사면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스스로를 미리 사면하는 셀프 사면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강행 시 연방대법원까지 가는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 미 법무부는 1974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탄핵 당하기 전 사임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셀프 사면에 부정적 의견을 낸 적이 있다.
미 법무부에서 법률 자문을 지낸 잭 골드스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일간 뉴욕타임스 기고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발표한 41건의 사면ㆍ감형 중 88%가 개인적ㆍ정치적으로 연관돼 있다”면서 “자신의 잇속만 챙긴 사면권 남용이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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