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사의에 與 "놀랍고, 안타깝고, 아프다…깊이 존경"

국민의힘 “토사구팽이냐, 물귀신 작전이냐”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징계안을 재가했다. 이날 징계안을 보고한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사진은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추 장관과 윤 총장(오른쪽)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6일 예상치 못한 시점에 전해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 소식에 정치권은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안타까움을 표하며 “검찰 개혁의 역사적 초석을 놓은 데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치켜세운 반면, 국민의힘은 “토사구팽이냐”라고 폄하했다. 민주당이 추 장관의 사의를 만류하는 기류는 아니었다.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정직 2개월 처분’ 제청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 “놀랍고, 안타깝고, 아프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개혁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해 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찰 개혁에 큰 성과를 남긴 결단에 다시 한번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고 추어올렸다.

그간 민주당에선 추 장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때까지는 직을 수행할 것이라 보는 기류가 강했다. 갑작스런 사의에 당 핵심 관계자는 “예상 못 했고, 당과 사전 교감도 없었다”며 “추 장관이 여기까지 오는 데 악역을 했는데, 오히려 검찰개혁 동력을 떨어뜨린 면도 있다는 목소리를 고려한 듯하다”고 해석했다.

민주당은 윤 총장에게도 사실상 거취 정리를 압박했다. 허 대변인은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징계를 재가한 만큼, 윤 총장은 공직자답게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숙과 성찰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반면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쫓아내기’ 징계를 내리고 추 장관 사퇴는 왜 시키는가”라며 “토사구팽인가, (윤 총장의) 동반 사퇴를 압박하는 ‘물귀신 작전’인가”라고 힐난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도 구두 논평에서 “오직 ‘윤석열 죽이기’를 위해 존재했던, 역사상 최악의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며 “추 장관이 저지른 법치주의 파괴와 국민 기만의 과오가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핍박하고 몰아내려는 범죄에 대통령이 가담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며 윤 총장 징계안을 재가한 문 대통령에게도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성명을 내 “암담한 ‘문주주의’(문 대통령+민주주의) 체제에서 법치와 민주주의의 존치 여부가 오로지 사법부에 달려 있다”며 “헌법재판소가 속히 공수처법 위헌 여부 결정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