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금방이라 좀 늦었을 뿐”
6070 세대가 학생에다 사진모델까지 됐다. 100세 시대에 6070 세대는 황금 중년. 세월이 금방이라 좀 늦었을 뿐이다.
“의사 선생님, 부탁드립니다. 저 사진 찍으러 꼭 가야합니다.”
계명대학교 평생교육원 시니어 모델과 학생 배상오(68) 씨는 ‘꽃보라저장소’ 야외촬영을 앞두고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촬영 날이 닥치자 그는 담당 의사에게 ‘잠깐 외출’을 간청했다. 다행히 의사는 주사 처방하고 1시간 30분의 외출허가를 내줬다.
지난해 11월 젊은 모델이 아닌 시니어 모델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 살짝살짝 비치는 주름살에 주눅 들기보다 당당하다.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이 시니어 모델의 메이크업과 의상까지 한껏 멋을 내어 드렸다.
“평소에 동경했던 스타일의 옷을 입으니까 꼭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 못 이룬 꿈을 이룬 기분입니다. 이 나이가 어때서라는데 ‘좀 많은 숫자’가 대수겠어요. 고학년 모델이라고 자랑할 거예요.”
홍미정(62) 계명대 평생교육원장은 “젊고 늘씬한 모델만 생각하기 쉽지만 이제는 개성의 시대다. 얼마든지 본인의 건강미와 개성을 내세우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작품들은 오는 3월 22~26일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블랙갤러리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세대간의 교감으로 시너지 효과
꽃보라저장소 프로젝트는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이 제안하고 기획까지 했다. 평생교육원 시니어모델과에서 60~70세 다섯 분을 사진 모델로 모셔 오기로 한 것. 패션디자인과 학생들이 시니어 모델들을 직접 맵시내어 드리면 좋겠다 싶어 대학생과 시니어 모델들을 서로 맞췄다. 세대는 다르지만 소통과 교감을 통해 시니어 모델의 꿈과 개성을 이끌어냈다. 모델의 취미나 좋아하는 색상, 노래 등을 물어보면서 가장 잘 어울릴 의상 맵시에 대한 영감을 얻고 다양한 구상을 모델에 접목했다.
특히 시니어 세대들이 과거에 이루고자 했던 꿈이나 현재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모습을 학생들의 화장 솜씨와 옷매무새를 통해 재현하고자 했다. 모델 자신의 옷 외에도 협찬을 받기도 하고 학생들의 졸업 작품 중 어울리는 옷을 사용하기도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니어 모델들은 그들이 꿈에 그리던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고창순 씨(65)는 백발이 돋보이도록 흰 의상 위에 꽃 소품을 장식했다. 김승태(62) 씨는 어릴 적 꿈이었던 항공조종사가 됐다. 김혜영(68) 씨는 주부지만 멋진 직장 여성으로 변신했다. 배상오 씨는 허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가죽재킷을 입고 라이더가 됐다. 배서정(62) 씨는 평소의 편한 옷차림에서 180도 달라진 화려한 맵시를 연출했다.
세대 간 시너지도 있었다. 시니어 모델들은 입을 모아 “이번 촬영을 통해 삶의 질이 높아졌다. 어린 학생들이 애쓰는 걸 보고 우리도 열정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패션디자인과 학생에게는 미래의 자신을 미리 그려보는 기회였다. 다른 세대와의 협업을 통해 인성과 예의도 배울 수 있었다.
홍미정 계명대 평생교육원장은 “앞으로 이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어서 시니어 모델의 꿈을 지원할 예정이다”며, “다음에는 대구 패션업계와 협업해 더 다양한 멋과 맵시를 뽐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3월에는 평생교육원 모델학과를 신설한다. 특히 학점은행제로 실시하는 모델학과는 대구·경북지역 최초다. 입학 자격은 15세 이상으로 다른 제한은 없다. 홍 원장은 “모델은 걷기 자세뿐 아니라 건강미도 중요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잘못된 자세도 교정할 수 있다. 시민들이 평소 접하지 못했던 과정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자리다.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감을 얻고 함께 성장하는 모델과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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