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정직 2개월' 처분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면 문 대통령이 이를 재가해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제청을 받으면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 재가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文, 징계위 결정 그대로 재가할 듯
청와대는 16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 결정과 관련해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오전 7시 '재가 시점이 언제인가' 등 질의에 "윤 총장 징계와 관련된 법무부 장관의 제청 시간은 법무부에 문의하기 바란다"는 짤막한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낸 것이 전부다.
문 대통령은 징계위 결정을 그대로 재가할 가능성이 크다. 관련 법에 따라 징계위 결정을 대통령이 거부할 수도, 수위를 조정할 수도 없다는 게 그간 청와대 입장이었다. 검사징계법 제23조는 '징계의 집행은 해임ㆍ면직ㆍ정직ㆍ감봉의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돼 있다. 이에 근거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그저 결정을 따르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징계위 결정을 대통령이 바꿀 수 있다면, 징계위를 굳이 여는 의미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재가 '속도'로 의중 보일 듯
문 대통령의 '결단'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징계안 재가 속도'뿐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제청하면 문 대통령이 굳이 고심하는 시간을 갖지 않고 곧바로 재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결론 난 사안을 굳이 손에 쥐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시간을 오래 끌면 쓸데없는 오해를 낳고, 괜한 해석이 분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재가 속도'는 그 자체로 메시지다. 이른바 '추ㆍ윤 갈등'이 문 대통령의 지지도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되는 등 국정 운영 동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의도가 '신속 재가 방침'에 깔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민심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추ㆍ윤 갈등까지 방치해둘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윤 총장 정직으로 업무 공백이 발생하는 2개월 동안 추 장관을 자연스럽게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나리오를 여권은 염두에 두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7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추 장관만 사퇴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44.3%로, '윤 총장만 사퇴해야 한다'(30.8%)는 응답보다 많았다. 추 장관 교체를 당·청이 국면 반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아울러 여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가동까지 걸리는 시간을 약 2개월로 잡고 있기도 하다.
다만 윤 총장이 징계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 취소 등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후속 조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 총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징계위 결정에 대해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