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재판부 담당했던 판사가 미성년자 외모 놓고 평가
여성변회 "판사가 성적 대상화 하고 있음 유추 가능"
한 현직 판사가 법률신문에 'fetish(집착)'이란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면서 미성년자의 외모를 평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지방법원의 김모판사는 14일 법률신문의 '법대에서'라는 코너에 'fetish(집착)'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과거 소년재판부 업무를 언급, "나의 여자 보는 눈은 고전적입니다. 칠흑 같은 긴 생머리, 폐병이라도 걸린 듯 하얀 얼굴과 붉고 작은 입술, 불면 날아갈 듯 가녀린 몸"이라며 법정에서 만난 미성년자의 외모를 품평했다.
김 판사는 "소년재판을 하다 보면 법정 안은 물론 밖에서도 어린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족히 25살 이상 차이 나는 그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할 말이 없다"며 "스타일은 한눈에 들어온다. 생김생김은 다들 이쁘고 좋은데, 스타일이 거슬린다. 짙은 화장과 염색한 머리는 그 나이의 생동감을 지워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말한다. '염색도 파마도 하지 않은 긴 생머리가 이쁘다. 머리는 시원하게 넘기든지, 짧게 자르는 게 단정해 보인다. 바지, 치마 줄여 입지 마라.' 그렇게만 하면 정말 예뻐 보일 것 같은 안타까움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 친구들은 내 눈에 예뻐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저 친구들도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을 터,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꾸미고 거기에 만족하면 그것뿐"이라며 "아무리 재판하는 판사라고 해도 그걸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소싯적 천지간 분별 못 하고 체 게바라처럼 살겠다며 반항과 똘끼 충만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단정(端正) 운운하던 그 옛날의 학주(학생주임)의 모습은 이제 내 모습이 됐다"고 전했다. 또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은 내 페티쉬일 뿐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세상에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지만, 그것은 오직 '나에게만' 좋고 나쁠 뿐"이라며 "재판은 옳고 그른 것을 가릴 뿐 좋은 것을 강요하는 곳이 아니다. 소년재판도 가사재판도 모두 마찬가지다. 강요된 좋음은 강요하는 자의 숨겨진 페티쉬일 뿐"이라고 말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누리꾼 "깨달은 바 떠나서 표현 방식 자체가 잘못"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에 15일 성명을 내고 "판사가 법대에서 재판받는 청소년의 용모와 스타일을 보고 그에 대해 때때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였다는 것 그 자체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판사가 판사석에서 성적 대상화를 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 대상이 미성년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년 재판을 담당하는 현직 판사가 부적절한 내용의 기명 칼럼을 썼다는데 유감을 표명하며, 판사로서 더욱 신중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누리꾼들도 "평소 여자 보는 눈으로 재판받는 여학생들을 보고 있었느냐"며 "판사님이 깨달은 바가 무엇인지를 떠나서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또 "말하고자 하는 바에 이르는 글 전개가 몹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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