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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왕후' 속 "미신믿는 신정왕후"…명예훼손일까?

입력
2020.12.16 12:00
수정
2020.12.16 12:16
0 0

풍양조씨 대종회, "tvN 철인왕후 조대비 희화화" 반발
영화 '명량'·'실미도' 등 등장 인물 두고 소송 휩싸여

"주상과의 궁합이 먼저겠죠? 혹시 따로 센 부적이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tvN 드라마 '철인왕후' 속 장면

신정왕후가 중전 김소용에게 전한 말로,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 속 장면이다.


'철인왕후'가 12일 첫 방송됐다. tvN 제공

'철인왕후'가 12일 첫 방송됐다. tvN 제공


그저 웃고 넘길 수 있는 장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신정왕후(조대비)의 후손인 풍양조씨 대종회는 이 장면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풍양조씨 대종회 측은 15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해당 장면 뿐 아니라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 인물 소개란에 보면 '온갖 미신을 믿는 캐릭터'라고 나와 있는데 이는 실존 인물에 모욕적인 것"이라며 "아무리 드라마지만 역사 인물에 대해 이렇게 희화화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방송국 측에 '불미스러운 표현과 장면들을 없애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앞으로 나오는 장면 등에서도 만약 변화된 것이 없다면 법적 대응이나 방문 항의 등 강력하게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제작사 측은 15일 "건강한 웃음을 드리고자 했던 의도와 달리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앞으로 제작에 더욱 유의하여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실존 역사나 인물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와 관련해 명예훼손 논란이 일어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영화 '명량' 속 배설장군 두고 논란 일기도

2014년 8월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시민들이 영화 '명량' 표를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8월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극장에서 시민들이 영화 '명량' 표를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개봉한 김한민 감독의 영화 '명량'도 소송에 휘말렸다. 1,70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대박을 거둔 영화인데 배우 김원해씨가 맡은 배설 장군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배설 장군은 조선 중기의 무신으로 경상우수사를 지냈다.

그런데 이 배설 장군의 실제 후손인 경주 배씨 종친회에서 "영화 명량에서 배설 장군이 전투를 피하고자 거북선에 불을 지르고 이순신 장군을 암살하려 한 것은 사실 왜곡"이라며 "이로 인해 후손들이 정신적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종친회 측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영화가 조상을 명예를 훼손했다며 사자에대한명예훼손 혐의로 '명량' 제작 관계자들을 고소했다.

'난중일기', '선조실록' 등에 따르면 배설은 칠천량전투에서 배 12척을 가지고 도망을 쳤고, 명량해전 전 병을 치료하겠다고 이순신 장군의 허가를 받아 뭍에 내렸다가 도주했으며, 1599년 권율에게 붙잡혀 참수됐다. 배설은 훗날 무공이 인정돼 선무원종공신 1등에 책록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2015년 11월 3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배설 장군의 후손들이 영화 ‘명량’ 제작 관계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사자명예훼손 소송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영화 장면 중 일부는 사실이 아니고 역사적 평가에 따라 배 장군의 행동을 다르게 해석할 측면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영화라는 창작물의 특성상 명예훼손을 하려는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군 관계자들도 2013년 개봉한 백승우 감독의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민들 사이에 천안함 사건의 원인을 둘러싼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해도 이 영화로 원고의 명예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하게 훼손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천안함 사고를 의혹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허위 사실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미도, '역사적 사실 그대로 옮겼다'는 문구는 삭제하라"

영화 실미도 포스터.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화 실미도 포스터.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철스님의 유족인 불필스님 등은 1998년 개봉한 영화 '성철'을 두고 "성철스님의 사상과 현대불교에 대한 이해를 왜곡할 위험이 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재판상 화해로 마무리되는 듯 했지만 문도회의 반대로 85%의 제작 상태에서 결국 개봉은 이뤄지지 않았다.

2003년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 또한 실미도 사건의 유가족들이 망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유족들은 "망인들의 모집 경위나 출신 성분에 대해 '살인범', '사형수' 등으로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랬다 하더라도 이를 망인들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훼손한 경우로 보기는 어렵다"며 영화 자체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역사적 사실에 배치되는 묘사로써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상업영화에 있어서 일반인이 사실이라고 오해할 수 있도록 광고하거나 홍보해서는 안된다"면서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제작한 것처럼 기재된 광고문을 삭제하라"고 결정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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