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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충청 대망론?'…왜 대망론은 충청에만 붙을까

입력
2020.12.15 16:40
수정
2020.12.1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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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일부서 불지피는 '윤석열 충청 대망론'
윤석열 본인은 서울 출신,?부친 고향이 충남 공주
이회창·반기문 등 과거 대선서 번번이 실패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리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리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3월에 치러지는 차기 대선이 약 1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가 또 다시 등장했습니다. 바로 충청 대망론입니다. 충청 대망론은 충청 출신 정치인이 대통령에 오르길 바라는 충청 지역민의 염원을 담고 있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과거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충청 출신인 사람이 없기 때문인데요.

현재 차기 대권 3강 구도를 보이는 주자 중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남 영광,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북 안동, 윤석열 검찰총장은 서울 출생입니다. 그런데도 충청 대망론이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진석 "尹 뿌리는 충청", 박수현 "웃기는 일"

10월 21일 김종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정진석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10월 21일 김종인(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정진석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주인공은 바로 윤 총장입니다. 윤 총장 본인이 충청 출신이 아닌데 어떻게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이냐고 지적할 수 있죠. 그건 바로 윤 총장의 아버지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이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막연한 지역 정서에 기댄 소망으로, 대선을 앞두고 충청과 관련 있는 인물을 찾으려고 한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아버지까지 엮어 윤 총장이 충청과 인연이 있다고 한 것"이라고 꼬집었는데요.

국민의힘 충청권 최다선 국회의원인 정진석 의원은 1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자기 아버지 고향이 어디라고 대답하는 게 정답"이라며 "고향을 물을 때는 그 뿌리를 묻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학교를 나왔고 주로 서울에서 활동한 윤 총장이지만, 아버지 덕분에 충청 대망론을 실현할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여권 인사들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서울에 연고를 둔 윤 총장을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이라고 보는 건 충청인들을 부끄럽게 하는 행동이라고 말이죠.

정 의원과 충남 공주시·부여·청양군에서 여러 차례 대결했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충청의 단물만 빨고 간판을 내려왔던 사람들이 또 충청 대망 운운하는 건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라며 "부친 고향이라도 엮어 또 충청당 시즌 3를 만들지 말고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당당하게 직접 나서기 바란다"고 비판했습니다.

박 전 대변인은 또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호남이 충청에 신세를 갚아야 한다'고 한 정 의원을 향해 "충청인의 소중한 꿈을 지역 감정과 정치 동냥으로 격하시키지 말라"고 쏘아붙였습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앞서 10일 도정 브리핑에서 윤 총장에 대한 충청 대망론을 묻는 질문에 "충청에서 자라고 충청에서 교육받고 충청에서 정치를 했으면 부합하는 것"이라며 "어처구니없는 건 현직 검찰총장이 대망론이라고 나온다는 건 난센스이고, 마땅히 비판받아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충청 출신은 윤보선이 유일

1980년 1월 30일 국회에서 개헌 심의 작업이 시작되고 야권에서 신당 창당설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서울 안국동 윤보선 전 대통령 자택에서 야권 수뇌들이 현시국 타개책을 논의했다. 오른쪽부터 김대중, 양일동, 윤보선, 김영삼. 연합뉴스

1980년 1월 30일 국회에서 개헌 심의 작업이 시작되고 야권에서 신당 창당설이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서울 안국동 윤보선 전 대통령 자택에서 야권 수뇌들이 현시국 타개책을 논의했다. 오른쪽부터 김대중, 양일동, 윤보선, 김영삼. 연합뉴스

그렇다면 왜 대선 때만 되면 영·호남은 조용한데 유독 충청만 대망론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도 부친 고향까지 엮어서 말이죠. 이유는 역대 대통령의 출신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직접 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출신을 따져보죠.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구,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남 거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남 신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大阪),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 출신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 거제 출신이고요.

김대중 전 대통령 말고는 모두 영남 출신입니다. 그나마 김 전 대통령 덕에 호남은 체면 치레를 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호남에 지지 기반을 둔 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이죠. 호남과 어느 정도 연결이 돼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충청 출신 인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충청 사람들이 '우리도 이제 대통령 한 명 배출해 보자'고 외치는 게 그럴 법도 합니다. 영남과 호남에 가려 충청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기에, 충청 출신 대통령을 배출해 그 빛을 좀 보자는 바람이죠.

직선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충청 출신 대통령이 있긴 있었습니다. 제 4대 대통령인 고 윤보선 전 대통령인데요. 충남 아산 출신입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간선제로 출범한 정부이기도 하지만, 5·16 쿠데타로 취임 2년 만에 청와대를 나와야 했습니다.

출신 외 어떤 공통점도 찾을 수 없는 충청 대망론

2002년 5월 31일 한일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한 노무현(오른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만나 서로 서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2년 5월 31일 한일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한 노무현(오른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만나 서로 서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충청 대망론은 대선이 되면 등장하는 단골 주제지만, 정작 청와대 문턱까지 간 사람은 이회창 전 국무총리가 유일합니다. 이 전 총리는 유력 대선 주자였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대망론에 불을 지폈던 인사들을 보죠.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이인제 전 경기지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이완구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모두 본선에는 오르지도 못했죠. 대선에서 중도 낙마하거나 큰 타격을 입어 다시 정치권에 등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충청 대망론이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충청 출신이란 점 이외에 그 어떤 공통점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충청 대망론이 지역 구도 외에는 필요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에 유권자도 표를 줄 매력을 찾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충청 대망론 인사들을 보면 소속 정당이나 정치 배경 등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며 "충청이란 지역 프레임을 잡고 대선을 끌고 간다는 건어설픈 구태 정치"라고 비판했습니다.

충청 대망론이 사그라들지 않는 건 정치권이 여전히 지역 정서를 정치에 이용하는 탓이 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 교수는 "3김 시대 이후 지역주의는 많이 약화됐지만, 여전히 한국 정치의 중요한 변수"라며 "특정 지역 출신 인물이 대통령이 되면 그 지역 출신 인사를 우선 등용하니 다른 지역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어느 정권이나 특정 지역에 기대 정치를 해 왔는데, 코드 인사 논란도 같은 맥락"이라며 "지역적 갈등을 부추기는 게 한국 정치의 낙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윤석열 충청 대망론? 실체 있다고 보기엔 이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린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린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그렇다면 윤 총장의 충청 대망론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일단 윤 총장 본인이 충청 출신이 아니고, 아직 정계에 입문해 정치인으로서 검증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윤 총장에 대한 대망론이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게 아닌 정치권에서 자가발전 형식으로 이뤄진 데 주목해야 합니다.

최 교수는 "기존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 역량을 닦아 온 정치인들과 비교하면 (윤 총장에 대한 대망론은) 큰 폭발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반기문 전 총장 사례를 보듯이 정치적 능력과 비전을 보여줘야 지역 대망론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반 전 총장은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이슈를 다룬 경험이 있지만, 윤 총장은 현 정부에 대한 대립각을 세운 게 전부"라며 "윤 총장이 실제 대권에 뛰어든다면 경제나 복지, 비핵화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지역 정서는 특정 주자에 대한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때 효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지역 민심 덕에 대권 유력 주자가 되는 게 아니라, 대세론이 형성된 뒤 지역 민심이 시너지를 낸다는 겁니다. 아직 여야 간 뚜렷한 대권 구도가 형성되기 전이라 윤 총장이 대망론을 등에 업을 것이라고 보는 건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케이스탯컨설팅 이상일 대표는 "대선에서 지역은 최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누가 대권에 유리한가에 대한 기대감이 먼저고, 이후 지역 대망론이 더해져 지지 기류가 확산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각 진영의 유력 주자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야 어느 지역이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지역 구분도 뚜렷해진다"며 "아직까지는 막연한 수준의 기대감으로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그 불씨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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