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여름부터 동성·양성애 남성?
성관계 기간 제한 두지 않고 헌혈
학계 등에서는 여전히 찬반 논쟁
앞으로 영국에서 동성애 남성도 제한 없이 헌혈할 수 있게 된다. 1980년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ㆍ에이즈) 창궐을 이유로 제한했던 헌혈의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이다. 성(性)소수자 단체는 동성애에 덧씌워진 혐오를 벗겨냈다고 환영했지만, 수혈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14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영국 언론은 국민보건서비스 혈액ㆍ이식원(NHSBT)의 발표를 인용해 내년 여름부터 다른 남성과 오래 관계를 한 남성이라도 언제든 헌혈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 명 이상의 성관계 상대를 뒀거나, 최근 3개월 내 새로운 상대를 만나 항문 성교를 했다면 헌혈이 불가하다.
영국 정부는 1981년 에이즈 위기가 닥치자 감염 확산을 막을 목적으로 성소수자 헌혈 전면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차별을 주장하는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요구가 빗발쳤고, NHSBT도 의학적 검토 결과, 헌혈 금지는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2011년 11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에서 1년간 동성과 성관계를 하지 않은 남성에겐 헌혈을 허용했다. 2017년엔 기간을 3개월로 단축했고, 이번 조치로 모든 제한이 사라지게 됐다.
현재 유럽 국가 중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등에선 성적 지향성에 관계 없이 헌혈을 할 수 있다. 미국도 2015년부터 1년간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하지 않은 남성에게는 헌혈을 허용해왔다. 그러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혈액량이 급속도로 줄자 식품의약국(FDA)은 금지 기간을 3개월로 완화했다.
성소수자 단체들은 일제히 변화를 반겼다. 성소수자 권리단체 스톤월의 낸시 켈리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은 동성애 및 양성애 남성들이 헌혈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헌혈의 자유를 보장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물론 반대 여론도 엄존한다. 보건당국이 공급 혈액을 검사하고 있지만, 수혈로 인한 에이즈 감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논리다. 혈액과 조직 및 장기의 안전에 관한 영국 정부 자문위원회(SABTO)는 과거 남성 동성애자의 에이즈 감염률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이들의 혈액 기증이 늘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혈액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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