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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독주’ 민주당…검찰개혁 얻고 민주가치· 지지율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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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독주’ 민주당…검찰개혁 얻고 민주가치· 지지율 잃었다

입력
2020.12.15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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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수사권을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넘기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권력기관 개혁 입법'이 마무리됐다. 재벌개혁을 위한 '경제 3법'까지, '미래입법과제'라고 명명한 쟁점 법안 10개를 목표 시한 안에 모두 넘긴 더불어민주당은 풍작을 거둔 농부의 표정이다.

민주당은 입법 성과를 향해 줄곧 직진했다. '협치'라는 돌아가는 길 대신, '독주'의 일방통행로를 택했다. 그게 21대 총선에서 176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준 민심의 명령임을 앞세웠다. 그러나 민주당은 '소수 의견 존중' '의회주의' 같은 가치를 놓쳤다. 승자 독식 논리에 빠진 진보 정당의 생소한 모습에 민심도 등을 돌리려 한다.

“87년 민주화 이후 최대 성과”

14일 민주당은 종일 고무돼 있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0대 국회와 비교하면, 주요 입법 과제의 처리 건수는 물론이고 처리율도 훨씬 높다는 자체 평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경찰청법·국정원법 등 3대 권력기관 개혁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처리한 것 역시 자축 포인트다.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왼쪽에서 두번째)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낙연(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왼쪽에서 두번째) 원내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권력기관 개혁에 마침표를 찍은 것에 민주당은 '제도 개선을 넘어 민주화의 연장'이라는 거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이번 국회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크고, 가장 많은 개혁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검찰 권력을 줄이는 방향의 개혁을 이룬 것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트라우마를 겪는 당ㆍ청, 그리고 여권 지지자들겐 '앓던 이를 뺀 것 같은 후련함'이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선 검찰 힘빼기와 공수처 출범을 문 대통령의 퇴임 이후 안위를 보장하기 위한 보험용이라고 의심한다. 그러나 권력기관 개혁의 의의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ㆍ현직 고위 검사들이 접대와 금품 수수로 수사 받고 있는 것만 봐도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문제를 해결할 공수처의 필요성이 입증되는 것”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야당 유승민 후보까지 공약한 공수처법이 이제야 통과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협치 정신 퇴색…”정권 바뀌면 부메랑”

하지만 성과 뒤에 드리운 그림자도 짙다. 야당 반대를 누르고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절차적으로 거칠었던 것은 '민주'라는 당명, '민주화 세력'이 일군 정당이라는 정체성에 상처를 남겼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종료가 임박하자 국회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부터 단계마다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였다.

소위원회를 건너 뛰고 법안을 상임위 전체회의에 직권상정하거나, 낙태죄 폐지법 공청회를 한다며 야당의 눈을 돌려 놓고 법안을 기습 처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법안 저지를 위한 합법적 반대 토론)도 이틀만 인내하고는 표결로 강제 종결시켰다.

'독재 정권의 후예'라고 민주당이 부르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입법 독재'라고 비판했지만, 민주당은 뾰족하게 반박하지 못했다.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가운데 윤호중(가운데) 법사위원장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가운데 윤호중(가운데) 법사위원장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수 야당의 발목 잡기를 집권 다수당이 마냥 참아야 하는 건 아니다. 강력한 개혁과 선명한 정체성을 요구하는 지지자들에게 성과를 돌려주는 것은 정당의 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주 절차의 정당성을 지키고, 야당과 타협하려고 끝까지 애쓰는 과정을 생략했다. 문 대통령이 거듭 강조한 '협치의 정신'도 제쳐 뒀다. 이에 민심은 검찰개혁 성과에 박수치기보단 지나치게 막강해진 여당을 걱정하고 있다.

양승함 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법제도가 허용한다고 해도 다수당이 스스로 권력 행사를 절제하고 소수 의견을 관용하며 이해 관계를 절충ㆍ타협하는 것이 의회 민주주의 정신”이라며 “민주당처럼 제도가 허용하는 한에서 최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승자 독식은 집권 세력이 바뀌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룡 경찰' 등 우려 남겨

속전속결로 처리된 법들도 적잖은 우려를 남겼다. '경제 3법' 중 하나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급하게 처리하느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을 남겨둔 것에 대해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상당하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기립해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거나 인증샷을 찍으며 승자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오대근 기자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기립해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거나 인증샷을 찍으며 승자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오대근 기자

공수처법은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거부권이 삭제되면서 친여 성향의 공수처가 출범할 길이 열렸다. “2022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면 국민의힘 성향의 공수처가 들어설 텐데, 퇴임 후 문 대통령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과 국정원의 힘을 빼는 과정에서 어부지리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경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경찰법 전부개정안은 경찰 권한을 분산하고 통제하는 데 있어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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