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경칭 사기 같고 우스워" 주장에 반발
정작 WSJ 기자들은 '바이든 박사'로 쓰기로
조지프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백악관으로 들어서면서 영부인이 될 질 바이든이 '닥터(박사)' 경칭을 쓰면 안 된다는 칼럼이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된 후 온라인의 영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4년간은 박사라는 경칭은 접어두시지"
문제의 칼럼은 미국의 작가이자 학자인 조지프 엡스타인이 11일 WSJ에 기고한 '의사가 아니면 백악관에 박사는 필요없다'는 글이다. 그는 글에서 "질 바이든의 박사라는 호칭이 사기 같고 우습게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글 내용의 대부분은 현재 박사라는 호칭이 소위 '학력 인플레이션'과 명예박사의 남발로 인해 예전만한 가치가 없다는 주장에 할애됐다. 따라서 질 바이든이 "얼마나 박사 학위를 어렵게 땄든 간에" 공공에서 박사를 경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게 요지다.
엡스타인은 "산모의 출산을 돕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자신을 박사라고 부를 순 없다는 말이 있다"면서 "마담 퍼스트 레이디(영부인 여사님), 박사로 사는 작은 스릴은 잊고 세계 최고의 공공주택에서 4년간 영부인이라는 더 큰 스릴에 안주하라"고 글을 맺었다.
질 바이든이 '닥터'를 쓰는 이유
차기 영부인 바이든은 왜 '박사'를 고수할까. 그는 2007년 델라웨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도 노던버지니아대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영작문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심지어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해 왔다. 영부인과 교수의 '투잡'을 유지하는 워킹맘이 되겠다는 것인데, 박사를 유지하는 것이 이런 정체성과도 무관치 않다.
엡스타인의 WSJ 칼럼이 등장한 이후, 여기에는 다른 맥락이 덧붙었다. 박사를 떼라는 글의 의도에 여성의 직업적·학술적 성취를 무시하는, 전형적인 미소지니(여성혐오)가 숨어 있다는 주장이다. '닥터' 대신 '마담'을 내세우라는 표현에는 자신의 기존 직업 활동을 접고 내조에만 전념하라는 뜻으로 독해되기 때문이다.
질 바이든의 대변인인 마이클 라로사는 트위터에서 WSJ의 오피니언 담당을 겨냥해 "당신은 바이든 박사를 향한 역겹고 성 차별적인 공세를 인쇄한 것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며 "칼럼을 내리고 사과하라"고 밝혔다. 급기야 엡스타인이 2002년까지 학생을 가르쳤던 노스웨스턴대조차 공식 성명을 통해 "그의 여성혐오적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WSJ 내부방침조차 "'박사' 붙여라"인데...
역설적인 것은 WSJ 취재기자들이 기사 작성시 참조하는 스타일북에서 질 바이든의 경칭을 '박사'로 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스타일북을 보면 "영부인 질 바이든을 두 번째로 가리킬 때는 '바이든 박사'를 쓰기로 한다"면서 "정치적 역할이 있는 사람은 다른 직업적 경칭을 쓰지 않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긴 하지만, 영부인은 정치인이 아니라고 규정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물론 언론에서 취재 담당과 오피니언 담당은 분리돼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상례다.
WSJ 오피니언 필진들은 비판에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바이든 정부가 벌써부터 '언론과의 전쟁'을 벌인다며, 엡스타인의 기고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WSJ 오피니언 에디터인 폴 기고는 13일 자신들을 향한 공세가 "도널드 트럼프의 '국민의 적' 발언의 좌파 버전 같다"며 "차이점은 모든 언론이 바이든 진영과 합심해서 WSJ를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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