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가 오바마 백악관·선거캠프 출신"
‘다양성’을 공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첫 내각 인선을 ‘오바마 시절 사람들’로 속속 채우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 정권의 면면에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하지만,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사람들을 전진배치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지 않으면서 친정에서조차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내각을 오랜 동료들로 채우면서 진보주의자와 젊은 활동가들을 좌절하게 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대선 과정에서 “미국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내각을 구성하고 떠오르는 신인을 기용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바마 2.5기’나 다름 없다는 의미다.
WP가 현재까지 발표된 내각 인사 14명을 자체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바이든 당선인과 최소 수년 또는 많게는 수십 년째 알고 지낸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3세에 달했다. 특히 이들의 80%는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백악관에 근무했거나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는 등 이력서에 ‘오바마’라는 단어를 기재했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농무장관으로 지명된 톰 빌색이다. 빌색 지명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8년간 농무장관을 지냈는데, 다시 같은 자리에 내정됐다. 당시 보건총감을 지냈던 비벡 머시 역시 똑같은 역할을 맡게 됐다. 바이든 당선인의 복심이자 부통령 시절 첫 비서실장이던 론 클레인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금의환향했다. 모두 사실상 ‘돌려 막기’ 인사인 셈이다.
인수위 내부 관계자는 WP에 “바이든 당선인이 베테랑들을 불러들인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궤도에서 벗어나게 한 국가를 단기간 내에 회복시키려면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내각이 장관급 14명 중 9명을 유색인종으로 채웠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가 기용한 유색인종 인사들이 대부분 고령의 흑인과 히스패닉인 탓에 젊은 세대들의 필요와 우선순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다. 친(親) 이민단체이자 선출직 지도자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뉴아메리칸리더스’의 사유 보즈와니 회장은 “이번 인사에 유색인종이 더 많아졌지만 여전히 ‘연로하고 똑같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선택이 상원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렇지 않아도 공화당 상원의원 상당수가 그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친정인 민주당 내에서도 ‘소통 부족’에 대한 불만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첫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으로 지명된 니라 탠든의 인준을 위해선 민주당 쪽 대표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인수위는 샌더스 측에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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