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임대차 3법' 반대 5분 발언으로 '전국구 스타'가 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그가 '최장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기록'을 다시 쓰며 또 한번 존재감을 알렸다. ‘철의 의원’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국민의힘에선 주말 내내 윤 의원의 필리버스터 기록 갱신이 화제였다. 윤 의원은 11일 오후 3시 24분 검정 마스크를 쓰고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올랐다. 대공수사권을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넘기는 국정원법 개정안에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윤 의원은 12일 오전 4시 12분에 연단에서 내려와 '12시간 47분'이라는 기록을 썼다.
이전까지 국내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은 2016년 테러방지법 입법 반대 토론 때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세운 12시간 31분이었다.
윤 의원은 더 긴 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다. 앞선 토론자였던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며 윤 의원의 발언이 방역상의 이유로 중단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더 오래 할 의지가 있었다”고 했다.
윤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의 경제 전문가다. 국정원과 경찰의 기능, 간첩 수사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해서도 울림 있는 발언을 오래 이어갈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됐다. 윤 의원은 민주주의의 ‘기본’에 대해 짚어 보수층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었다.
윤 의원은 경찰의 경제질서 교란 정보 수집을 허용해 민간인 사찰 우려를 빚고 있는 국정원법 개정안, 대북 전단 살포라는 표현 행위를 금지시킨 남북관계 발전법 개정안 등을 '닥쳐 법’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면서 "'닥쳐 법'을 보면, 1980년대 후반부터 발전해 온 민주화의 큰 결실이 퇴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정치학자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책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어내리기도 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서 내려왔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원래 오래 말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동료 의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추임새에 반응하다보니 좀 길어졌다. 그 중에서 공감을 얻을 내용이 조금은 들어있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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