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8 트레비 분수의 동전 도둑
2018년 강원도 한 사찰 측이 경내 연못의 동전을 수거해 한국은행에서 900여만원을 교환해 간 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밀레니엄 홀 1층 연못에서 건져내는 동전이 한 달에만 2,000만원이 넘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절이나 명승지, 연못, 음수대, 돌탑 등에 동전을 던지거나 올리는 습관의 유래는 불분명하다. 옛사람들이 서낭당을 지나치며 과일이나 떡 한 조각을 바치던 풍습이 그렇게 변모한 것일 수 있다. 물론 동전으로 축원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동서 보편의 일이다.
세계적 관광지인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 관광객이 던지는 돈은 2016년 기준 150만달러에 달했다. 시 당국은 그 돈을 매년 수거해 가톨릭 빈민 구호단체인 카리타스(Caritas)에 기부하는데, NBC가 보도한 바 그해 기부금이 이 정도였다고 한다.
로베르토 체르첼레타(Roberto Cercelletta, 자칭 '달타냥')라는 이탈리아인이 긴 장대로 트레비분수의 동전을 절취하기 시작한 건 1968년 무렵부터였다. 그는 일주일 중 '주일'을 뺀 6일간, 매일 새벽마다 평균 15분 정도 그 '작업'을 했고, 더러 경찰관이 본 적도 있지만 예사롭게 묵인해 줬다고 한다. 1999년 이탈리아 의회는 시 기념물 보호법을 개정하며 트레비 분수에 뛰어드는 등의 '훼손 행위'를 금지했다. 2002년 한 언론 매체가 '자선에 쓰일 돈이 사라지고 있다'는 요지의 보도를 하면서 그의 덜미도 잡혔다. 조사 결과 '성수기'엔 하루에만 1,000달러를 건진 적도 있었다. 그는 경범죄로 처벌받은 뒤로도 간간이 그 일을 반복했고, 2013년 5월 체포됐을 때는 자신의 처지와 단속에 항의해 자해를 하기도 했다.
어떤 매체는 그가 동전절도단을 이끈 두목이라고 썼고, 어떤 매체는 가난한 시민일 뿐이며 수거한 돈으로 더 가난한 이웃들에게 적선을 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독신이었던 그가 2013년 12월 18일 로마 변두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항년 6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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