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파출소 경찰관, 美 국무부 제재 명단에
지역 민원해결사를 공안 국장으로 과대포장
中, "황웬슝 배우자...나도 제재" 영웅 만들기
미국이 중국 관리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그런데 중국의 반응이 이전과 딴판이다. 일단 반발하면서도 혀를 차며 미국을 조롱하고 있다. 여론은 이 관리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오히려 분위기를 띄웠다. 미국에게 두들겨 맞는 중국이 왜 이렇게 자신감을 보이는 것일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세계 인권의 날인 지난 10일(현지시간)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했다”며 중국, 자메이카, 엘살바도르의 전ㆍ현직 관리 17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중에는 황웬슝(黃元雄)과 아내도 포함돼 있었다. 파룬궁 수행자들의 구금과 심문에 관여해 종교적 자유를 극도로 탄압한다는 이유에서다.
미 국무부는 황씨를 “중국 샤먼시 우춘 경찰서 공안국장”이라고 적시했다. 타이완뉴스는 13일 “왕샤오훙(王小洪)ㆍ린루이(林銳) 중국 공안부 부부장 등이 샤먼 공안국을 거쳐 고위직에 발탁됐다”며 “황씨가 명단에 포함된 건 중국 공안시스템 지휘부를 겨냥한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황웬슝(45)은 평범한 일선 경찰에 불과했다. 샤먼대 법대를 졸업하고 경찰에 입문해 봉사와 법치 분야에서 수 차례 상을 받으며 지역사회에서 ‘민원 해결사’로 평판을 쌓아갔다. 샤먼시 공안은 2014년 5월 그를 모티브로 한 최초의 마이크로 필름 영화를 제작해 파출소의 말단 경찰관이 어떻게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는지 홍보하는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의 제재가 엉뚱한 곳으로 칼날을 겨누자 중국 매체와 네티즌은 격분하면서도 호재를 만난 듯 반격에 나섰다. 황웬슝의 사진과 온갖 활약상을 재조명하며 “미 정부는 대수로울 것 없는 지역사회의 경찰도 표적으로 둔갑시켜 공격한다”고 미국의 무리한 조치를 비난했다. 동시에 “황웬슝을 배우자”며 경의를 표하고 응원을 보냈다. 일부는 “어떻게 하면 나도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느냐”면서 추종 심리를 부추겼다. 황웬슝이 중국인들을 대표해 미국에 맞설 투사로 부각된 셈이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서 ‘미국이 중국 파출소 경찰을 제재하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은 이틀 만에 조회수가 5억회를 웃돌았다.
중국 매체들은 미국의 무리한 제재를 ‘자해’, ‘촌극’이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 등은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은 제재에 중독이 돼 걸핏하면 중국의 개인과 기업을 위협하고 횡포를 부려왔다”며 “하지만 무모한 중상모략과 과대포장이 이번에 제대로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