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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신세계'에서 본 것들

입력
2020.12.1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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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


안토닌 레오폴드 드보르자크(Antonin Leopold Dvo?ak, 1841~1904) 100주기였던 2004년 미국 텍사스대가 '뉴 월드: 드보르자크의 미국을 찾아서'란 제목의 대대적 기념행사를 열었다. 브루클린 필하모닉 감독을 지낸 작곡가 조지프 호로비츠가 총괄 감독한 음악제였지만, 제목처럼 미국사와 미국 예술사가 폭넓게 다뤄졌다. 호로비츠는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미국인은 누구인가?'의 답을 찾기 위한 축제라고 말했다. 그 중심에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가 있었다.

보헤미아(현 체코) 출신 드보르자크가 미국과 맺은 인연은 1892~1895년, 2년여간 뉴욕 내셔널 콘서바토리 원장을 지낸 게 전부다. 그 기간, 엄밀히 말하면 1893년 1~5월에 작곡한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 '신세계교향곡'이라 불리는 작품이었다. 신세계는 아메리카 대륙 미국이었다.

그는 약소국 체코의 민족주의자였다. 브람스로부터 인정받은 세계적 음악인이었지만, 그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초청도 거절하며, 박봉이지만 프라하 음악원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뉴욕 내셔널 콘서바토리 설립자 저넷 서버(Jeannette Thurber)의 파격적인 제안, 즉 연봉의 25배를 줄 테니 딱 2년만 도와 달라는 청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는 쪼들렸고, 당시 미국은 내전 직후의 급성장시대(도금시대·Gilded Age)였다. 서버는 드보르자크를 통해, 음악을 통해, 미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모색하고자 했다.

열차로 대륙을 누비며 드보르자크가 본 것은 인디언 전쟁의 흔적, 내전으로도 끝나지 않은 흑인 노예의 현실과 그들의 음악이었다. 그는 거기서 조국의 운명과 슬라브 음악의 오래된 선율을 겹쳐 들었다. 잉글리시호른의 애조 띤 주제부로 유명한 '신세계로부터'는 그렇게, 역설적으로 가장 오래된 세계로부터 빚어져 1893년 12월 15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초연됐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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