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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하겠다는 미국인, 절반도 안 되는데…'백신 위 불신' 벽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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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하겠다는 미국인, 절반도 안 되는데…'백신 위 불신' 벽 넘어야

입력
2020.12.11 17:35
수정
2020.12.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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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주 실버 스프링에 위치한 FDA 본부. 실버 스프링=EPA 연합뉴스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 스프링에 위치한 FDA 본부. 실버 스프링=EPA 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가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권고하면서 영국에 이어 미국도 백신 접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미국이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중대 전환점이 될 전망이지만, 백신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 탓에 실제 접종까진 고비마다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다. 가능한 많은 사람이 접종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이 같은 불신이 면역체계 확보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을 종합하면, 백신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미 전역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가장 큰 이유는 급하게 만든 백신의 안전성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각 기관에서 속속 내놓고 있는 설문조사는 이 같은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가 성인남녀 1,1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47%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만2,6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10명 중 6명만이 접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유색인종의 불신이 높다. 코로나 관련 연구기관인 ‘코로나 컬래버레이티브’ 조사에 따르면 미국 흑인 중 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다고 믿는 비율은 14%, 라틴계는 34%에 그쳤다. 과거 미 정부가 흑인사회를 대상으로 강행했던 비 윤리적인 의료 실험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에 흑인과 라틴계 다수가 백신을 거부하는 것이다.

코로나 컬래버레이션 보고서

코로나 컬래버레이션 보고서


문제는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중 이들 인종의 비중이 40%에 이른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흑인과 라틴계를 취약집단으로 분류하고, 해당 인종의 대가족 고령자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접종을 거부할 경우 미국 내 코로나19 치료에까지 지장을 줄 수 있다. 보건당국은 사회구성원 70% 이상이 맞아야 집단면역 효과로 바이러스 통제가 가능해진다고 보고 있는데, 이 계획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많은 미국인들이 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국가가 광범위한 면역체계를 확보하는데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이 정쟁의 소재가 된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시카고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 중 백신을 맞겠다는 비율은 60%였지만 공화당 지지자에서는 이 비율이 40%로 급감했다. 이밖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의 코로나19 백신 ‘가짜 뉴스’와 부정적 견해도 접종 회의론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불신의 벽을 넘는다 해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화이자는 16~85세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16세 미만이나 임산부, 수유중인 여성, 면역체계가 손상된 사람 등 일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 이들 역시 안전성 데이터가 확보될 때까지 ‘사각지대’에 놓여있게 된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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