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범칙금 사라지고 면허 없는 미성년자 가능
인도 들어가 인파 사이로 요리조리 곡예운행도
2020년 12월 10일은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를 보유한 이들에게 ‘해방의 날’이다. 원래부터 이용 가능했던 차도는 물론이고, 이날부터는 자전거 도로도 달릴 수 있다. 운전면허가 없어도 13세 이상(기존 16세 이상 면허 보유자)이면 PM을 탈 수 있다. 헬멧 미착용에 따른 범칙금마저 사라졌다. 공유 킥보드 서비스가 나올 정도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PM은 이번 규제 완화로 더 저변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행인들 사이로 요리조리 곡예운행
그러나 규제 완화 첫날인 10일, 한국일보 기자들이 서울 시내 주요 지점에서 시민들의 전동킥보드 등 PM 운행 상황을 지켜본 결과, 여전히 규정을 준수하지 않거나 관련 법규를 아예 모르고 이용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보였다.
특히 가장 기초적 안전장구인 헬멧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목격된 53명의 PM 이용자 중 헬멧을 착용한 사람은 3명뿐이었다. 통행이 금지된 인도에서 주행하는 이도 절반이 넘는 30명에 달했다.
달리는 시민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법령과 안전수칙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던 정모(20)씨와 김모(20)씨는 “헬멧은 들고 다니기 불편해 그냥 다닌다”며 “인도로 다니면 범칙금을 무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김모(17)군은 전동킥보드를 타다 차량과 충돌해 타박상을 입은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안전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헬멧이 전동킥보드에 달려있지 않은 이상 아무도 안 쓸 것”이라고 말했다. 9일까지 헬멧 미착용은 2만원 가량 범칙금을 내야 했지만 이날부터는 범칙금 대상이 아니다.
마포구 합정역 앞 횡단보도에서는 목격된 16명의 전동킥보드 이용자 중 헬멧을 착용한 이는 배달업체 직원 1명 뿐이었다. 횡단보도에서 내려 전동킥보드를 끌고 가는 이는 거의 없었고, 인도에서 보행자 사이를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이용자들은 수시로 발견됐다. 인도와 차도 사이 좁은 틈을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는가 하면, 이어폰을 쓴 채 차도에 정차해 휴대폰을 만지는 사람도 있었다. 전동킥보드를 몰던 고등학생은 할머니들과 부딪힐 뻔 했다.
내년 중에 법 바뀌어도 그때까진...
이용자들의 인식이 낮으니 경찰의 계도 단속도 쉽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경찰서 경찰관들과 함께 회기역 사거리, 경희대앞, 외대앞 단속 현장에 동행한 결과, 1시간 남짓 짧은 시간에도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횡단보도와 인도를 누비는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수차례 목격됐다.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 계도를 받은 강모(23)씨는 "헬멧은 있지만 들고 다니기 번거로워 쓰지 않았는데, 법이 바뀐 것도 경찰관이 얘기해서 알았다"고 말했다.
불과 7개월 전 법을 느슨하게 풀었던 국회가 9일 또다시 도로교통법상 PM 관련 조항을 조이면서, ‘PM의 해방시대’는 불과 몇 개월에 그치게 된다. 그럼에도 내년 상반기 중 법이 강화되기까지는, 섣부른 규제 해제로 인한 온갖 안전사고와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종희 동대문서 교통안전계장은 “전동킥보드는 몸이 그대로 노출돼 사고가 나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청소년이 전동킥보드를 구매하더라도 부모님이 관심을 갖고 안전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