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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한수원 임·직원 잇단 소환…원전 이용률 조작 의혹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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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檢, 한수원 임·직원 잇단 소환…원전 이용률 조작 의혹 캔다

입력
2020.12.11 04:30
수정
2020.12.11 10:4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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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진과 직원 잇단 소환하며 한수원에 수사 집중
원전 이용률 한달 만에 85→60% 급격히 낮게 잡아
이용률 내려가면 경제성도?↓... 외압 여부 확인 중

지난 10월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10월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원전 폐쇄 근거가 된 '원전 이용률’ 수치 변경에 고의적 조작이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수력원자력의 의사 결정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용률 변경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한수원의 이사진과 직원 등을 잇달아 불렀고, 한수원에서 압수수색한 자료 중 이용률 관련 내용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 수사, 한수원에 초점

1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의한 2018년 6월 15일 이사회에 참석했던 이사들을 연속으로 불러 의사 결정 과정을 확인했다.

지난달 24일엔 이사회 당시 비상임이사로 월성 1호기 폐쇄에 유일하게 반대한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학과 교수가 가장 먼저 소환됐고, 이후로도 최소 3명의 비상임이사가 검찰에 나와 의사 결정 상황을 진술했다. 검찰은 이사진들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공무원들이 당시 한수원이 원전 조기 폐쇄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합리적 의사판단을 못하도록 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에는 한수원 직원들도 일부 소환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한수원 본사를 압수수색했는데, 한수원 관계자들을 통해 당시 압수한 디지털 자료의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낮아진 월성1호기 이용률 추정치. 송정근 기자

갑자기 낮아진 월성1호기 이용률 추정치. 송정근 기자


왜 이용률이 중요한가

최근 진행된 검찰 조사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팀은 월성1호기의 '이용률'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다. 원전 이용률은 1년 중 해당 원전이 실제 가동되는 날짜의 비율을 뜻하는 개념이다. 이용률이 높을수록 원전의 경제성이 높다고 평가되는데,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여부를 결정할 때도 이용률은 '판매단가'와 함께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그런데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최종 결정하는 시점을 전후해, 한수원은 80%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던 이용률을 한 달 만에 60%로 대폭 내려 경제성 평가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률이 낮아진만큼 월성1호기 경제성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고, 그만큼 폐쇄 결정을 내리기 더 수월했다는 뜻이다.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2018년 5월 3일 경제성 평가를 맡은 A회계법인은 당초 월성1호기의 4.4년간 이용률을 85%로 제시했다. 이 수치는 한수원에서 받은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산업부는 이용률이 30~40%에 머물 것이라는 의견을 냈고, 한수원도 60~70%를 제시했다. 결국 같은 달 7일 회계법인은 이용률을 70%로 낮췄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한수원과 회계법인과의 회의를 거쳐 이용률을 60%로 다시 낮췄고, 이 수치는 회계법인의 6월 11일 최종 분석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로 인해 월성 1호기를 존속시켰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3,427억원(5월 3일)에서 224억원(6월 11일)로 대폭 낮아졌다.

다만 감사원은 올해 10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60% 수치'에 대해 특별히 불합리하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튼튼한 월성1호기 왜 폐쇄했나"

하지만 의사 결정 과정의 '외형'만 봤던 감사원과 달리, 검찰은 이렇게 이용률이 급격히 낮아진 '진짜 이유'를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미 구속된 산업부 원전 라인 공무원 등이 한수원과 회계법인을 압박해 이용률 등 각종 변수에 인위적으로 손을 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최근 대전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한수원 관계자는 “월성 1호기는 수리 과정에 7,000억원이나 투입된 만큼 2호기나 3호기보다 더 튼튼한 심장을 가졌다”면서 “1호기가 가동하지 못했던 것은 시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 개입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달 말까지 한수원 관련 조사를 끝내고, 내달부터 원전 조기 폐쇄 결정 과정의 '윗선'으로 지목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당시 청와대 관계자를 조사할 계획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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