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분 만에' 처리된 공수처법...웃으면서 지켜본 추미애

국민의힘은 기립해 고성만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석을 찾아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둘러싸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넘는 과정은 '속전속결'이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 개의를 선언한 후 법안 최종 가결 선포까지 걸린 시간은 16분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이 고성을 지르며 맞섰지만, 처리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20여년간 여권이 숙원하던 공수처 설치엔 속도가 붙겠지만, 이를 둘러싼 여야 갈등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12분 본회의를 열어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애초 오후 2시 개의 예정이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 입구에서 공수처법 처리 항의 퍼포먼스를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져 개의 시간이 지연됐다.

국민의힘은 본회의가 시작되자 민주당의 개정안에 맞서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하는 공수처법 개정안 '수정안'을 올렸다. 제안 설명에 나선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의 견제 권한이 없으면) 공수처는 문재인 정권을 수호하기 위한 사찰기구로 전락할 것"이라며 11분에 걸쳐 반대 토론을 했다. 유 의원 발언 내내 민주당 의원들은 야유를 보냈다. 수정안은 재석 288명 중 찬성 100명, 반대 187명, 기권 1명으로 최종 부결됐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오대근 기자

오후 2시27분 민주당이 제출한 공수처법 개정안이 본회의 테이블에 올랐다. 전자투표로 1분 만에 표결 절차는 마무리됐다. 오후 2시28분, 박 의장이 재석 288명 중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최종 가결을 선포했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로 환호했다. 공수처 출범의 교두보를 놓은 순간을 기억하려는 듯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 본회의장 스크린을 촬영하는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국무위원석에 앉아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활짝 미소짓는 장면도 목격됐다. 가슴에 검은 근조 리본을 단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전원 기립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독재로 흥한 자 독재로 망한다" "문재인 독재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 의장은 이어 공수처법 부속 법안 12건을 표결에 붙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어지는 부속 법안 표결엔 참여하지 않고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만으로도 부수법안 처리에 문제가 없었다. 부수법안까지 공수처법 개정안 관련 처리는 오후 2시45분에 모두 끝났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 천벌 받을 독재정당에 하늘이 분노한다"고 항의했다. 이에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똑바로 하라"고 맞서면서 잠시 몸싸움으로 번질 위기도 있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