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와 국민 법감정 사이의 판결의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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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와 국민 법감정 사이의 판결의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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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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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폭행범 조두순 출소를 사흘 앞둔 9일 오후 조씨의 새로운 거주지로 예상되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한 주택가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안산=뉴시스

초등학생 어린이를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은 조두순이 지난 12일 만기출소했다.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여전히 올라오고 이에 많은 국민들이 동의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범죄자를 처벌한다며 성범죄자, 아동범죄, 살인 등 강력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디지털 교도소’가 대중적 호응을 얻으며 큰 논란이 있었다. 디지털 교도소의 등장은 당연히 불법임에도 호응과 지지를 보낸 이들이 많은 것은 우리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보여준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10월 30일 ~ 11월 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들이 느끼는 범죄 처벌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사법부 판결 신뢰’(29%), ‘인공지능(AI) 판사 선택'(48%)

실제 국민들이 법원의 판결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하는지 알아본 결과 법원의 판결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은 29%에 그쳤고 전체 응답자의 66%가 법원의 판결을 믿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법원에서 선고하는 범죄자에 대한 형벌이 판사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응답이 86%로 매우 높게 나타나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심각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인공지능(AI)판사의 도입도 고려할만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여 인공지능 판사가 도입된다고 가정하여, 만약 본인이 재판을 받게 된다면 인간 판사와 인공지능 판사 중 누구에게 재판을 받고 싶은지 물어본 결과 인공지능 판사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48%로 인간 판사를 선택하겠다(39%)는 응답보다 더 높았다. 이는 판사들에 비해 인공지능 판사가 더욱 공정하고, 중립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형벌 관대'(87%), '살인, 아동ㆍ청소년 대상 범죄, 성범죄 처벌 강화'(90% 이상)

국민들은 죄질이 무거운 범죄자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결이 너무 가벼운 것 같다는 의구심이 많다.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본 결과, 전체 응답자의 87%는 법원에서 선고하는 범죄자에 대한 형벌이 가볍고 관대하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각종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에 대해 물어본 결과 살인범죄, 아동ㆍ청소년 대상 범죄, 강간 등 성범죄는 지금보다 처벌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90%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 전반적으로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에 공감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88%가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강화하는 것이 범죄 억제 및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민들은 강력범죄에 대해 현재 법원의 판결이 가볍고 관대하며,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범죄 감소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형량 결정 때 범죄의 계획성 고려해야'(60%), '유사범죄 형량 차이 없어야'(89%)

국민들이 법원의 판결에 고개를 갸웃하고 상식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점은 어디일까? 어떤 판결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형량의 결정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는 범죄가 얼마나 계획적으로 교묘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응답이 60%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범죄피해 등 범행 결과가 얼마나 중한지 여부 54%, 재범 가능성 39%순이었다.

법관이 형을 정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인 양형기준을 정할 때에 원칙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유사한 범죄들은 형량을 다르게 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89%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범죄자의 지위나 신분의 차이에 따라 형량을 다르게 정하지 않는 것(87%), 국민 법 감정을 반영하는 것(80%)의 순이었다.

'심신미약 감형 반대'(90% 이상),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 찬반 팽팽

음주나 약물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감형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9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음주 범죄의 경우 과거에 너무나 쉽게 심신미약을 인정해 처벌을 가볍게 한 사례가 많아 이 같은 결과는 그리 놀랍지 않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저지른 범죄는 이보다 낮은 68%가 감형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범죄 혐의는 있으나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강력 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에 대해서는 범죄예방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신상 공개에 찬성(48%)과 죄가 확정되기 전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해 반대(47%) 입장이 매우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죄가 확정되기 전 신상공개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이다.

'범죄 피해자 인권보다 범죄자 인권 더 보호한다는 의견에 공감'(68%)

한편 범죄 피해자의 인권보다 범죄자의 인권을 더 보호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68%가 동의 의사를 보였다. ‘가해자의 사정은 고려하면서 피해자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가해자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피해자의 미래는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에 더 공감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사법부는 성범죄나 아동 청소년 범죄 등의 강력범죄, 음주운전 과실치사 등에 국민 법감정을 벗어나는 낮은 형량을 부여했고, 이는 국민들의 사법불신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편으로 범죄자에게 내리는 이해 못할 형량도 문제지만 그 판결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고려는 없다는 게 더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앞선 결과에서 보듯이 국민들은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관대하고, 법원의 판결이 국민의 법감정과 온도차가 너무 크다고 말한다. 또한 범죄 억제나 예방을 위해서라도 강력범죄에 대해 보다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성범죄 등 강력 범죄를 다룰 때 피해자의 법 감정을 고려한 더욱 엄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대한민국의 악성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하여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는 디지털교도소의 사이트 개설 이유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박강서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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