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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삭제' 백종천·조명균 유죄취지로 뒤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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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삭제' 백종천·조명균 유죄취지로 뒤집혀

입력
2020.12.10 13:00
수정
2020.12.10 18:31
10면
0 0

대법, 무죄 원심 깨고 고법으로 파기환송
"대통령 지시사항 함부로 삭제해선 안 돼"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실장(왼쪽)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비서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실장(왼쪽)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비서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파일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당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당시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에 대해 형사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1ㆍ2심과 달리 문서관리카드가 대통령기록물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0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손상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은 2007년 10월 2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파기한 혐의로 2013년 11월 기소됐다. 회의록 작성 업무를 맡았던 조 전 비서관은 그 해 10월 9일 청와대 통합 업무관리시스템 ‘e지원시스템’으로 문서관리카드를 생성한 뒤 회의록 파일을 첨부해 결재를 상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의록 파일을 확인한 뒤 ‘열람’ 항목을 눌러 결재를 생성했고, 그와 별도로 ‘이 사건 회의록 파일 내용을 수정ㆍ보완할 것’을 지시하는 문서를 작성해 문서관리카드에 첨부했다.

회의록 문제는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10월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정상회담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도마에 올랐다. 정 전 의원이 “해당 회의록이 대통령기록관에 없었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e지원시스템에서 문서관리카드 정보가 삭제된 사실이 드러났다.

두 사람은 1ㆍ2심에선 무죄를 선고 받았다. 1ㆍ2심 모두 “이 사건 문서관리카드는 결재를 예정한 문서라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며 대통령기록물관리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공용전자기록손상 혐의에 관해서도 “회의록 파일은 수정ㆍ보완이 예정돼 있는 초본에 불과해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전자기록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로 봤다.

대법원은 그러나 “결재권자의 결재가 있었는지는 단순히 서명 여부뿐만이 아니라, 문서에 대한 결재권자의 지시사항, 결재 대상이 된 문서의 종류와 특성, 관련 규정과 업무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내용을 열람하고 그 내용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문서처리’ 및 ‘열람’을 선택해 전자문서서명 및 처리일자가 생성되도록 한 것은 곧 문서관리카드를 공문서로 성립시킨다는 결재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수정ㆍ보완을 지시한 사실은 결재의사를 부정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대법원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전자기록에는 정식 접수 및 결재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서와 결재 과정에서 반려된 문서들도 모두 포함된다”며 전자기록손상 혐의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결재권자의 '결재' 범위를 넓게 본 판결"이라며 "대통령 지시사항 또는 직원들이 대통령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이 담긴 문서들을 함부로 삭제해선 안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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