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반이 텐트에서 살아야 하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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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반이 텐트에서 살아야 하는 도시

입력
2020.12.13 10:00
수정
2020.12.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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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경제는 성장 중...주거 환경은 최악인 울란바토르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의 게르촌에 사는 사람들은 상하수도, 난방시설 없이 겨울을 나야 한다. 이동학 작가

2019년 2월. 몽골에 도착하자마자 향한 곳은 수도 울란바토르 중심의 중국대사관이었다. 매주 3회(월 수 금) 오전만 업무를 본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다. 오전 9시 25분에 도착하니 이미 줄이 40m 가량 늘어서 있다.

울란바토르는 전 세계의 수도 중 가장 추운 곳으로 꼽힌다. 겁없이 양말을 한 겹만 신고 갔다가 발가락이 얼어붙은 채로 3시간 넘게 기다려 겨우 대사관에 들어 설 수 있었다.

내 앞으로 사람들이 계속 끼어들었다. 일찍 와서 순서를 기다린 건 아무 소용이 없었던 셈. 아는 사람들끼리 서로 자리를 맡아주고 하는 걸 봐서는 이것이 몽골의 문화이겠다 싶었다.

한국도 사실 얼마 전까지 은행가면 번호표도 없이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줄이 엉키고, 버스에 우겨 넣어지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 울란바토르 사람들도 그 시기를 거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사흘 그것도 오전만 업무를 보는 주 몽골 중국대사관 여권발급소 앞은 비자 발급을 바라는 사람들이 아침부터 찾아 온 긴 줄을 서 있다. 이동학 작가


나는 현장에서 받은 신청서를 꼼꼼히 작성한 뒤 준비해 온 서류(중국에서의 초청장, 인아웃 티켓, 통장 잔고, 몽골 비자 사본 등)를 제출했다. 그런데 아뿔싸! 창구 직원이 퉁명스럽게 서류가 완벽하지 않다며 되돌려 보냈다.

허탈함을 곱씹고 있는 와중에 마주친 24세 몽골 청년 바타르 씨와 그의 친구들과 조금 더 얘기를 나누었다. 애초 몽골과 중국 사이엔 비자 면제 협정이 체결되어 몽골인은 비자없이도 중국을 갈 수 있다.

그런데 중국 대사관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바타르는 중국으로 유학을 가려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했다.

방문 비자가 아닌 학생 비자를 받기 위한 것. 몽골은 사회 곳곳에 아직 1990년대 이전의 사회주의 제도가 남아 있는데 교육 분야가 대표적이다. 유치원부터 고교 과정까지 학비가 무료이다. 게다가 대학도 1년에 100만원 들지 않는다. 대학 진학률은 80~90%에 이를만큼 높지만, 의무 교육이 끝나는 9학년 이후 더 이상 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지 않다.

몽골 사람들은 인구 330만 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로서, 언제든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 등에 동화되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지하 자원에 기대어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반드시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깔려 있다고 한다.

가장 많이 쓰고 비중이 큰 외국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어. 그리고 러시아어, 중국어가 뒤를 잇고 있다. 최근엔 일본어와 함께 한국어의 중요도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스레 한글을 배우려 하는 이들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 이는 한국에 유학을 가려는 수요와 함께 외국인 노동자 개방에 인색한 일본이나, 월급이 적은 러시아나 중국보단 한국에 가서 일자리를 찾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울란바토르에서 한국말 쓸 때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울란바토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이동학 작가

수도 울란바토르에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인구만 120만이 넘고, 등록되지 않은 인구와 외국인 등을 더하면 140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중 한국에서 일을 했거나 유학을 다녀 온 사람들이 많아 40만명 이상이 한국을 알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 몽골에선 한국말을 하지는 못 해도 알아듣는 이들이 꽤 있으니 말을 조심해서 해야 한다는 주의 사항도 있다.

울란바토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 월급은 약 400달러(약 44만원, 11일 현재 환율 기준). 일자리는 구하려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월급이 충분치 않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고 삶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이 외국에 나가 일하려 한다.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여러 차례 자금 지원을 받을 정도로 몽골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버는 수준은 거기서 거기인데, 버는 족족 소비로 연결된다. 저축 개념이 없기도 하고.


몽골 청년들이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의 편의점 테이블에서 라면과 삼각 김밥을 즐기고 있다. 이동학 작가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한국의 이마트가 2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마트를 찾았을 때 쇼핑객 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CU 편의점도 동네 곳곳에 점포를 확장하고 있다.

몽골은 생활에 필요한 제품의 절대 다수를 수입에 의존해야만 하는데, 몽골 기업이 해외 브랜드와 손을 잡고 몽골 내수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CU 편의점 역시 몽골 기업의 제안으로 들어온 사례다. 상품 진열대에 한국산 식품들이 진열돼있고, 평소 삼각 김밥과 컵 라면을 먹는 몽골인들을 보니 한국인지 몽골인지 헛갈릴 정도다.

우리 입장에서야 기업의 해외 진출은 반가운 일이지만, 반면 대형마트 입점으로 기존 재래 시장이 파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CU 편의점의 등장은 기존 골목 가게들이 생존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해외에서 돈 벌어 귀국한 이들이 소비를 주도하다

울란바토르에서 해외 유학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줄라와 만레이 부부. 이동학 작가

몽골에서 만난 기억에 남는 이들 중 줄라(Zultsetseg)와 만레이(Manlai) 부부가 있다. 이들은 해외로 가려는 몽골 청년세대들이 늘고 있는 흐름을 대변하듯 몽골 학생들의 중국 유학을 돕고 현지에 연결해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의 사업체는 중국의 10여개 학교와 유학원과 연결돼 있고, 그 규모는 계속 성장하는 중이라고 했다.

대화 주제가 자연스레 출산율 이야기로 옮겨갔다. 1970년대 중반까지 평균 7명 이상을 낳았던 몽골의 연간 출산율은 1976년도에 6명대로 떨어졌고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02년에는 2.14명까지 떨어졌다.

그렇지만 2010년부터 연간 경제 성장률이 15% 이상을 찍으며 규모가 커지고 출산율도 2014년 2.81까지 꾸준히 올랐다. 특히 이런 수치 증가에는 한국 등 해외에서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몽골인들이 귀국해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소비를 하는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길죽하게 형성된 도시 북쪽으로 게르들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이동학 작가


매년 몽골 인구의 1%가량인 3만여명이 한국에서 노동자로 살고 있다.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집을 사거나 가게를 차려 사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데, 울란바토르 시내에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을 포함해 한식을 파는 가게가 100개 넘게 성업 중이라고 한다.물론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너무 많다는 게 현지인들의 반응이었다.

또 기골이 장대한 몽골 남자들이 한국에서 주로 이삿짐센터 등에서 일하며 노하우를 쌓고 돌아와 비슷한 성격의 창업하기도 한단다.

몽골의 인구가 330만으로 적지만, 1960년대 1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폭풍 성장이 이뤄진 셈이다. 몽골 인구는 머지않아 400만명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 증가는 국가 경제 규모를 키우고 성장의 발판이 되지만 크고 작은 문제점들도 가져오고 있다.

특히 교육 영역에서의 과밀화가 그렇다. 울란바토르의 학교들은 대게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구성돼 있다. 학급당 최소 40명에서 많게는 60명까지 묶여 있고, 과밀 학급으로도 해소가 안돼 2부제 또는 3부제를 하고, 심지어 책상 하나를 3명이 함께 쓰기도 한단다. 물론 여기엔 자식들을 좋은 학군의 학교에 다니게 하려는 부모의 교육열이 보태진 측면도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부유한 집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학교는 과밀화가 적다.


게르촌의 등장과 세계 최악의 공기 질

게르촌에서 산을 두 개 더 넘으면 쓰레기장이 있다. 이동학 작가

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이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살다보니 ‘게르촌’(빈민가)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데 이 존재가 현재 몽골과 울란바토르의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게르는 대대손손 수천 년을 유목민으로 살아온 몽골 사람들의 전통적 주거 형태다. 둥근 모양의 텐트인데, 200만원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그런 게르들이 초원이 아닌 울란바토르 외곽의 산 위에 설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과 10~15년 전만 해도 게르촌은 없었다고 한다. 도시 인구 자체가 늘고 있고, 추위를 이기지 못한 가축들이 얼어 죽거나 먹이를 찾지 못해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유목민도 도시로 향하고 있다.


13세기 천하를 호령했던 몽골인들은 그 때를 잊지 못하고 있다. 이동학 작가

몽골말로 조드(zud)라고 하는데, 엄청난 혹한으로 인해 가축이 죽는다. 소, 말, 양, 염소, 낙타를 5축으로 총 6천만 두나 보유한 유목민들은 이들이 재산의 전부다. 공장식 축사를 하지 않고 유목을 하기 때문에 구제역에서 자유롭지 않아 수출은 하지 못한다. 1944년의 조드는 꽤 유명한 일화로 당시 700만 두의 가축이 죽었고, 근래에 들어서는 2010년 서북부에 위치한 옵스 지역에서 -55℃ 이하를 장장 55일 동안 기록한 조드로 인해 200만 두가 죽었다. 비가 와야 할 때 비가 오지 않아 동물들에게 물을 먹이려 10킬로를 이동하기도 한다.

기록적인 수가 죽기도 하지만, 기록되지 않는 가축의 죽음도 많아 울란바토르의 외곽 산은 나무가 아닌, 게르와 벽돌집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도심 내로 들어와 월세를 감당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월세 부담이 없는 게르 생활을 택하게 되지만, 함께 감당해야 할 것이 수도와 전기의 혜택을 대체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마을 곳곳에 설치된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사용해야 하며, 지하수를 아끼기 위해 이따금씩은 사용이 금지되는 날도 있다.

밤새 생석탄과 타이어를 태우는 게르촌의 존재는 조금만 돌아다녀도 옷에 탄냄새를 베게한다. 출처 이동학.

게르촌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고, 마을 여성들의 일감 찾기를 돕는 단체 ‘몽골의 미래’를 찾아 졸자야(zolzaya) 대표로부터 현재 몽골과 울란바토르가 맞닥뜨린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울란바토르시는 폭증하는 인구 문제가 심각해지자 주민등록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여러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시 당국은 물론 정부 입장에서도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울란바토르를 뒤엎는 검은 연기의 정체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상징인 칭기즈칸(수흐바타르) 광장 전경. 저 멀리 하늘이 뿌옇게 보인다. 이동학 작가

가장 큰 문제는 뭐니 뭐니 해도 공기 오염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의 도시여서 공기의 이동이 쉽지 않고, 게르촌에 사는 사람들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석탄과 나무, 쓰레기 등을 계속 태운다. 여기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는 도시 전체를 뒤엎고 있다.

오후 6시만 되면 탄 냄새가 도시에 진동을 하는데 이를 오타라고 부른다. 특히 태우는 시간이 긴 폐타이어는 1개 당 500원이면 살 수 있어 소득이 없는 게르촌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연료다.

도시 인구 60% 이상이 모여 살고 있는 게르촌에서 집집마다 난방을 위해 폐타이어를 비롯해 여러 물질을 마구잡이로 태우고 도로에는 오래된 자동차들이 매연을 뿜어 내면서 숨 쉬기 힘들 정도의 나쁜 질의 공기를 만들어 낸다. 그럼에도 마스크 제공 등 별다른 대책도 없어 해마다 공기 오염에서 비롯한 사망자 수만 1,500명을 넘을 정도라고 한다.

정치인과 공직자의 부정부패도 심각하다. 이를테면 시내에는 짓다 만 건물들이 여럿 눈에 띄는데, 상당수가 건축 비용이 어디론가 증발돼 버린 경우라고 한다. 몽골의 국회의원들은 대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도 함께 맡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대통령도 여행사 등의 기업을 운영한다.

각종 사업 허가 등은 이권 다툼으로 변질되고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공익은 저 멀리 두고 오직 각자 주머니만 열심히 채우려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다.


게르촌에서 아이들 교육과 여성들의 각종 활동을 돕고 있는 졸자야 대표. 이동학 작가

게르촌에 아이들을 위해 지어지던 학교와 유치원 역시 공사가 중단됐고, 게르촌의 열악한 주거 상황 해결을 위한 대규모 임대주택 10만 채 보급 사업도 중간에 뒤집혔다고 한다. 이것만 계획대로 된다면 게르촌의 도시 빈민 40만명이 좀 더 나은 삶은 터전을 얻을 수 있고, 참기 힘든 공기 오염의 늪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었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여러 국회의원들이 직접 언론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특히 이들은 객관성을 멀리한 채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를 만들어내는데 힘을 쏟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몽골의 실제 모습은 반쪽짜리 민주주의라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제대로 된 돌봄 시설이 없는 게르촌에서 민간 단체 ‘몽골의 미래’는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기능도 맡고 있다. 이동학 작가

반쪽 민주주의의 근거는 또 있다.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는 몽골은 특정 정치 세력이 총리와 장관 등 내각을 차지하면 상당수의 공무원들을 갈아 치운다. 이전 정부가 해놓은 사업도 손쉽게 뒤집힌다. 국가 운영의 안정성 면에서 볼 때 좋지 않은 상황이고 국민들은 정부를 쉽게 믿지 못한다.

더구나 공공 조직이나 공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느라 부정부패가 나타나도 나 몰라라 한다고 한다.

몽골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는 도시 울란바토르. 그리고 도시 인구 2명 중 1명이 게르촌의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이 도시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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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학의 도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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