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째 초당 처리된 국방 정책ㆍ예산 포괄법
‘소셜미디어 보호법’ 폐지 안 하면 거부 예고
근 60년 무난하게 처리돼 온 미국 국방수권법안(NDAA) 앞에 올해는 험로가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 때문이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미 하원은 8일(현지시간) 찬성 335표, 반대 78표로 2021회계연도 NDAA를 통과시켰다. 동의 비율이 3분의 2를 넘는 압도적 표차다.
NDAA는 미국의 국방 정책과 예산을 포괄하는 법안이다. 군인 봉급과 무기 구매비, 중국ㆍ러시아의 위협에 맞설 수 있는 방법 등 미 안보와 관련한 비용 지출의 근거와 제도적 조치 규정이 망라돼 있다.
담고 있는 예산 규모가 약 7,400억달러(약 800조원)에 이르는 이번 법안에는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5G(5세대)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에 대해 미군 배치 여부를 재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새로 들어갔고,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지 못하게 막는 조항도 포함됐다.
지금껏 NDAA 가결은 무난했다. 미군에 대한 지지로 여겨지며 59년째 초당적으로 처리돼 왔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 서명의 반대급부로 요구하고 있는 핵심 조건은 통신품위법(CDA) 제230조 폐지다. CDA 230조는 사용자가 제작해 올린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기업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면책권을 부여한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 소셜미디어 기업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자기한테 우호적이지 않았던 기업들을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안에 손보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큰 걸림돌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하원 표결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국가 안보를 위해 CDA 230조를 폐지하고 우리의 국가적 기념물(인종차별 논란을 초래한 남부연합군 부대 명칭 등)들을 보존해야 하며 해외 미군 병력 감축과 5G 이동통신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도 성명에서 “법안이 중요한 국가 안보 조치는 포함하지 않은 반면 참전 용사와 우리 군의 역사를 존중하지 않는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입장에 동조하는 의원은 당을 막론하고 많지 않다는 게 미 언론들의 보도다. 그런 만큼 공화당이 우세한 상원도 NDAA가 무사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과 관련 없는 CDA 230조를 핑계로 4,500쪽짜리 법안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공개 반발하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있을 정도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해야 법안이 발효한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양원은 다시 표결을 거쳐야 한다. 상ㆍ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대통령 거부권이 무효가 된다. 의회 회기가 끝나는 연말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의회는 새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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