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대와 글로벌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미국에서 임상 3상 시험을 마치지 못해 연내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불투명해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비용이 저렴하고 보관·유통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 선(先)구매 계약을 마친 유일한 백신이어서 향후 FDA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아스트라제네카가 임상 시험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을 미국 보건 당국에 숨기는 바람에 FDA의 불신을 샀고 결국 긴급 사용 승인이 늦어졌다고 보도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미국 내 3단계 임상 시험 결과를 얻는 내년 1월까지는 FDA 승인을 받지 못하리라는 게 NYT의 전망이다.
NYT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9월 영국 임상 시험 참가자에게서 부작용이 발생해 전 세계 임상 시험을 중단했으면서도 며칠 뒤 FDA와 백신 긴급사용 승인 문제로 전화 회의를 할 때 이를 알리지 않았다. 대신 아스트라제네카의 최고 경영자는 투자사 JP모건이 개최한 투자자와의 회의에서 이를 공개했다. 미국 정부로선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개발과 생산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하고, 백신 필요량의 60%인 3억회 분량을 충당할 예정이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FDA 수석 연구원을 지낸 제시 굿맨 조지타운대 교수는 “백신이 신뢰를 얻기 위해선 사람들은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을 모두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미국 내 임상 시험은 한동안 중단됐다가 10월 하순에서야 재개했다. FDA 백신 승인을 위한 임상 시험 기준은 3만명인데, 이달 초까지 절반 정도밖에 채워지지 않았다. 백신 개발 경쟁의 선두 자리도 화이자·바이오엔테크에 내주게 됐다. 화이자 백신은 8일 영국에서 접종되기 시작했다.
NYT는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과 부작용이 관계없다는 증거를 FDA에 늑장 제출했고 이 때문에 미국 내 임상 시험이 수주간 중단됐다"라며 “그 사이에 경쟁사가 치고 나갔다”라고 밝혔다. 7월에도 임상 시험이 중단됐지만 FDA에 알리지 않았다는 내부 관계자의 추가 증언도 있었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를 부인했다.
백신의 효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전량으로 2회 접종했을 때 면역 효과가 62%였지만, 1회 접종 때 절반을, 2회 접종 때 전량을 투약하면 효능이 90% 이상 올라갔다. 이른바 ‘1과 2분의1의 기적’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우연한 투약 실수로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왜 이처럼 효능 차이가 생기는지는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효능이 컸던 절반 투약 사례에 55세 이상은 없었다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미국 정부의 백신 개발 프로젝트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총괄하는 몬세프 슬로위 최고책임자는 “전염병에 취약한 55세 이상 연령대에 백신이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절반 접종이 왜 더 효과가 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 사용 승인이 더 어려울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영국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의학 전문지 ‘랜싯’에 게재된 독립 연구자들의 ‘동료 평가(peer-review)’ 결과 논문은 이 백신이 코로나19 확산을 줄이고 질병·사망으로부터 보호를 제공한다고 총평하면서도 투약 방식에 따른 효능 차이 등을 거론하며 추가 검증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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