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소식통 "분위기 면에선 한일관계 개선 좋은 구성"
日대사관 지한파 진용 '탄탄'
주한 일본대사관 핵심 진용이 한국어에 능통한 지한파 일색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신임 대사로 대표적 일본 내 한국통인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이스라엘 일본대사가 유력해지면서다.
최근 일본 언론들의 보도처럼 주미 일본대사로 이동할 도미타 고지(富田浩司) 주한 일본대사 후임으로 아이보시 대사가 기용될 경우 대사관 고위직 세 자리에 이례적으로 한국어가 유창한 외교관들이 포진하게 된다. 한국 정부가 일본통인 강창일 전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일본 주재 한국대사로 내정한 데 이어 일본 측도 한국통을 새 대사로 기용할 방침이어서 조 바이든 미국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한일이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게 될지 주목된다.
기존 대사관 멤버인 소마 히로히사(相馬弘?) 총괄공사와 미바에 다이스케(實生泰介) 정무공사는 둘 다 대표적인 ‘코리안 스쿨’로 분류된다. 한국 대학에서 연수를 받은 소마 공사는 2012~2015년 대사관에서 경제공사를 지냈다. 1995년부터 약 2년간 대사관에서 근무한 미바에 공사도 소마 공사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유학했고, 외무성에서도 북동아과 수석부과장으로 일하며 한국 문제를 다뤘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는 수준이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아이보시 대사도 못지않다. 1983년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9년 3월 1등 서기관으로 주한 대사관에서 근무를 시작, 이듬해 참사관으로 승진했고 2001년 4월 첫 한국 근무를 마쳤다. 2006년 8월에는 주한 공사로 발령됐고 2008년 9월까지 근무했다. 총 근무 기간이 4년 2개월에 이른다.
외무성에 들어와 줄곧 프랑스어권 지역에서만 근무한 그에게 1999년 부임한 한국은 말이 통하지 않는 첫 외국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9일 “한국 근무 때 워낙 열심히 익힌 덕에 지금은 어려움 없는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를 잘한다”며 “한국어를 그렇게 빨리 익힌 외교관이 드물다”고 전했다.
더욱이 한류팬을 자처할 만큼 ‘친한파’라는 게 주변 전언이다. 2008년 주한 일본공보문화원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에서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로 나리타공항에서 바로 신승훈 콘서트장에 가기도 했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또 "노래를 한 곡 외우면 한국어가 향상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가사를 사전에 찾아보곤 했다"고 한국어 공부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이 기대하는 그의 역할은 일제 징용 노동자 배상 소송 등으로 나빠질 대로 나빠진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8일 “태평양전쟁 중 징용 및 위안부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정부가 한국 주재 경험이 풍부한 아이보시 대사를 기용해 사태 타개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 같다”고 해설했다. 이와 관련, 한 도쿄 소식통은 “아이보시 대사가 부임하면 주한 일본대사관의 주요 포스트가 대부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인사들로 꾸려진다”며 “한일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분위기 면에서는 좋은 구성”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에 부임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도미타 대사를 주미 대사로 발탁한 건 미일 관계에 초점이 맞춰진 인사라는 평가다. 다른 도쿄 소식통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가장 큰 배경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도미타 대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주미 공사를 지낸 바 있다.
한국 부임이 확정된다면 아이보시 대사는 세 번째로 도미타 대사의 뒤를 잇게 된다. 도미타 대사의 주한 공사(2004~2006), 주이스라일 대사(2015~2018년) 자리 후임이 아이보시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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