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절대 불가' 방침을 세우며 안건조정위까지 회부했던 '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9일 본회의에서 큰 어려움 없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쟁점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꺼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상 안건에서도 제외됐을 정도다. 당 내부적으로 반발 여론도 여전했지만, 경제3법 필요성을 강조해 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경제3법 처리에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민주당의 입법 강행 움직임이 감지된 7일 국민의힘은 법사위와 정무위에서 해당 법안들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이에 대한 반발은 상임위 차원에서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국회 정무위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8일 공정거래법이 안건조정위에서 통과되자 "한두가지 문제가 아닌 법을 (통과시켜) 경제를 엉망으로 만든다"라며 강력 반발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주혜 의원도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기업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런 법을 날치기통과하려는 상황에 무력감 느낀다"라며 "위헌의 여지도 있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본회의가 예정된 9일 오전까지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는 경제 3법을 필리버스터 대상 안건으로 고려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정무위 관계자는 "필리버스터에 경제 3법이 들어가는 걸로 알고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발언 내용을 준비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회의 개의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남북관계발전기본법, 국가정보원법 등 3개 안건에 대해서만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경제 3법은 사실상 큰 장애물 없이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당 내부적으로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평소 경제 3법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경제 3법 입법과 관련한 내용을 의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전날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여당의 전속고발권 유지에 개혁이 후퇴했다"고 아쉬움까지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 법안 전선이 많아 우선 순위에서 밀린 탓도 있다. 현실적으로 제도적 테두리 안에서 민주당의 입법독주를 막을 수 없는 국민의힘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면서 경제3법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것이다. 이날 필리버스터 대상에 포함된 공수처법과 남북관계법, 국정원법 등과 비교해 여당의 법안 강행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에 명분이 약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지금까지 경제3법과 관련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라며 "지도부가 전략적 차원에서 경제3법보다 필리버스터에 포함된 법안을 더 우선시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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