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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은 왜 美 비건 오는 날 "강경화 망언"에 발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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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은 왜 美 비건 오는 날 "강경화 망언"에 발끈했나

입력
2020.12.10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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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당시 호찌민 묘 참배를 수행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모습. 연합뉴스

2019년 3월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당시 호찌민 묘 참배를 수행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모습.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맹비난하며 반년 만에 대남공세를 재개했다. 다음달 제8차 당대회 개최를 앞두고 날린 일종의 ‘경고장’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의식, 한국과 미국을 모두 겨냥한 이른바 '일타쌍피'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여정 "강경화 망언, 두고두고 기억할 것"

김 제1부부장은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8일자 담화에서 “며칠 전 남조선 외교부 장관 강경화가 중동 행각 중 우리의 비상방역조치들에 대하여 주제 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들을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또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남북)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며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이 대남 비난 전면에 나선 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예고한 6월 이후 처음이다.

담화가 ‘망언’으로 규정한 강 장관 발언은 지난 5일(현지시간) 바레인에서 열린 ‘마나마 대화’ 질의응답에서 나왔다. 당시 강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도전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고 있다”며 “더 폐쇄적이 됐고,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선 거의 토론이 없는 하향식(톱다운) 결정 과정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확진자가 전혀 없다는 북한 주장을 믿기 어렵다”면서 “모든 신호는 북한 정권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는 질병을 통제하는 데 아주 강도 높게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좀 이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일 성과' 코로나19 방역 부정에 발끈한 北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초긴장 상태를 철저히 견지하면서 방역진지강화에 총력을' 제하의 기사에서 코로나19 방역에 나선 각지 모습을 소개했다. 사진은 평양치과위생용품공장을 소독 중인 모습.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초긴장 상태를 철저히 견지하면서 방역진지강화에 총력을' 제하의 기사에서 코로나19 방역에 나선 각지 모습을 소개했다. 사진은 평양치과위생용품공장을 소독 중인 모습.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은 해당 발언을 '최고 존엄'과 체제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였다. 외무성이나 통일전선부가 아닌 김 제1부부장 명의로 담화의 무게감을 더한 것에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불편한 심기가 느껴진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지난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선 확진자가 없다고 대내외에 선언까지 했는데, 강 장관이 외교 무대에서 이를 정면으로 부인한 모양새가 됐다. 경제난 등 내부 상황 악화에 따른 조급함도 읽힌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대회에 내세울 유일한 성과인 코로나19 방역을 부정한 발언이라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복 예고보다는 경고ㆍ압박용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이번 발언은 장황하고 거칠었던 과거 대남 담화와 달리 네 문장으로 짧았고, 표현 수위도 절제된 인상을 준다. 북한 모든 주민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게재되지 않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8차 당대회를 앞두고 대남 메시지를 관리하려는 것”이라며 “자신들을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말했다.

다만 남북 간 긴장 상태는 길어질 전망이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남북 관계를 당분간 냉각기로 가져갈 가능성이 커졌다”며 “내년 당대회에서도 한국에는 부정적 입장을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건 방한 의식했나... "한반도 문제 환기 의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담화는 비건 부장관 방한과 겹쳐 더욱 눈길을 끌었다. 표면적으론 강 장관의 발언만 문제 삼았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 관심을 환기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양 교수는 “비건 부장관 방한에 담화 시점을 맞춘 것은 대북 문제에 대해 한국과 미국 언행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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