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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극에 가계대출 사상최대 '폭증'...정부 "더 옥죄라" 은행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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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극에 가계대출 사상최대 '폭증'...정부 "더 옥죄라" 은행 압박

입력
2020.12.09 18: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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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가계대출 18.3조 늘어 역대 최대 증가
가수요 몰려 신용대출 폭증...가계대출 절반 차지?
정부는 은행 더 압박...은행들, 대출상품 전면 판매 중단

연도별 11월 가계대출 증감액. 그래픽=신동준 기자

연도별 11월 가계대출 증감액. 그래픽=신동준 기자


지난달 가계대출이 18조3,000억원 불어나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월별 증가폭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강력한 신용대출 옥죄기를 예고하자, 은행권 대출 문이 닫히기 전 일단 받아두려는 가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체 가계 대출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정부, 대출 규제 예고에...가수요 '폭발'

9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공개한 11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금융권에서 시행된 대출은 10월 대비 18조3,000억원 늘어났다. 2004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이며, 지난달(13조6,000억원)에 비해 34.6%, 지난해 11월(6조7,000억)에 비해서는 173.1%나 크게 늘었다. 이로써 올해 11월까지 누적된 가계대출 증가치는 103조원에 달했다.

정부의 신용대출 규제 방침이 오히려 가계 대출 규모를 늘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연봉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1억원 넘는 신용대출 등에 대한 규제'를 한다고 사전에 예고했는데, 이는 잠재적 대출 수요자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일단 뚫어놓자'는 마이너스통장 가수요가 몰리면서 규제가 발표된 13일 이후 2주간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2조1,928억원 급증했다.

불붙은 증시도 신용대출 증가세를 키웠다. 증거금만 15조원이 넘게 몰린 명신산업 공모주 청약의 경우, 청약 마지막 날인 30일 하루 동안만 2조1,000억원에 달하는 신용대출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액은 6조5,000억원으로, 은행 전체 가계대출(13조6,000억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제2금융권에서도 지난달 1조1,000억원의 신용대출이 추가로 이루어져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조8,000억원으로 전월 증가액인 7조3,000억원 보다 줄어들었다. 은행권 집단대출 증가액은 다소 늘었지만, 전세자금대출 증가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당국 압박에 은행은 대출상품 판매 중단하기도

연봉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연봉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이같은 대출 증가세에 당황한 정부는 대출을 줄이라고 은행권을 더욱 압박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4일 시중은행 17곳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당부했는데, 특히 계획 대비 대출 증가폭이 큰 2개 은행에는 개별적으로 행장 또는 부행장 면담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줄이기에 돌입했다. KB국민은행은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 창구 대출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대출이 아예 막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대출상담사 역할을 없애는 건 전례없는 일이다.

우리은행은 계획된 올해 대출한도(3조3,000억원)가 조기 소진된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4개 대출상품에 대해선 최고 우대금리를 최고 0.3%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조만간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대출 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2월엔 여러 요인이 겹치며 가계대출 증가 폭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공모주 청약에 들어갔던 대출금이 이달 1일 하루 만에 1조원 넘게 회수된 영향이 크다. 실제로 이달 1~7일 전체 은행 신용대출 증감액은 458억원으로, 11월과 비교하면 사실상 순증이 없는 상황이다.

윤옥자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연말 연초엔 상여금 등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10, 11월에 비해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며 "계절적인 부분과 규제 효과를 놓고 보면 11월보다는 다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심각해진 코로나19 상황이나 주식 열풍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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