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보 제180호 '세한도(歲寒圖)'를 국가에 기증한 손창근 선생을 9일 청와대로 초청, "정말 국가가 얼마나 감사를 드려야 될지 모르겠다"고 인사했다. '세한(날이 추워진)'이라는 단어의 뜻을 되새기며 문 대통령은 "코로나 때문에 지친 국민들께도 아주 큰 힘 희망, 위로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손창근 선생과 동행한 아들 손성규 연세대 교수는 "세한도가 1844년 세상에 나왔다. 지금까지 세한도 176년 역사 중 저희 가족이 50년 동안 잠시 가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손창근 선생과 아들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환담했다. 이날 자리는 손창근 선생이 8일 문화유산보호 유공포상 중 최고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손창근 선생은 세한도를 포함, 그간 304점의 문화재를 국가에 기증했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의 수묵화 작품이다. 1840년 제주로 귀양 갔을 때 청나라에서 유학 중이던 자신의 제자 이상적이 자신을 잊지 않고 귀한 서적을 보내 주자 답례하기 위해 그렸다.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ㆍ잣나무가 늦도록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세한도에 추사 김정희가 새긴 인장(印章)인 '장무상망(長毋想忘)'은 '고난과 역경에도 변함없이 오랫동안 서로를 잊지 말자'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손 선생 도착 전 마중을 나가며 예를 갖췄다.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문 대통령은 훈장으로 감사의 마음을 다 표할 수 없었다면서 "청와대에 초청해서 따뜻한 차라도 대접을 하면서 국민들을 대표해서 직접 감사를 드리고, (수상에) 축하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손 선생님의 그 숭고한 마음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 드리고, 또 그 어려운 결단에 동의를 해 주신 우리 가족 분들께도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선친이신 손세기 선생님과 함께 대를 이어서 아주 소중한 우리나라 문화재들을 수집하고 보호하고, 또 대를 이어서 평생 수집한 그 소중한 문화재들을 국민들의 품으로 그렇게 기증을 해 주셨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세한도 특별전시회가 코로나로 인해 중단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상황이 좀 진정되는 대로 다시 조속히 재개해 주시고, 또 그동안 못한 기간 만큼은 더 전시 기간을 늘려서 많은 국민들이 충분히 함께 볼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란다"고 국립중앙박물관에 당부했다. 손창근 선생의 기증을 기념하는 특별실을 잘 관리해달라고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세한도를 대선 출마 전 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언급했다. '장무상망'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은 일관되게 추구해야 할 가치로 인간관계, 우정, 사랑, 신의 등을 예로 들었다. 김정숙 여사는 '장무상망' 글귀와 손수 만든 곶감, 무릎 담요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 김 여사는 "일반 가정집에서 옛그림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게 너무 어려운데, 이렇게 훌륭하게 남겨 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고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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