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게 보던 담쟁이 덩굴이 오늘은 새삼스럽네요. 저는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소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한없이 작은 존재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생을 산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지난 5일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99회 방송에서)"
배우 김영철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면 어김없이 길을 나선다. 온종일 쉬엄쉬엄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작은 것들의 소중함, 가까이 있는 것들의 위대함"을 발견한다. 길 위에서 만난 평범한 이웃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펼쳐놓고, 슬며시 위안도 건넨다. 김영철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내걸고 2018년 11월 시작한 도시 기행 다큐멘터리 '동네 한 바퀴'가 어느덧 100회를 앞뒀다. 예능 프로그램이 각축전을 벌이는 토요일 저녁 시간에 자리잡고도 평균 7~8%대 시청률을 올리면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9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김영철은 "100회까지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속에 가장 소중한 것들이 있다는 걸 보여줘온 점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동네 한 바퀴'는 심심한 재료로 감칠맛을 낸다. 평범해서 더 특별한 사람들이 주는 감동이 있다. "사람이 사는 '동네 한 바퀴'이지, 비어있는 동네 한 바퀴가 아니거든요." '동네 한 바퀴'는 결국 사람 이야기다. 사람 이야기는 공감을 부른다.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아들 말에 너무 행복했다는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어요. 목수인 아버지와 그 뒤를 이은 아들 이야기였죠. 그걸 방송으로 보면서 제가 또 울었어요. 이런 걸 보려고 '동네 한 바퀴'를 보는 게 아닐까요." 촬영하면서 그는 울기도 여러 번 한다 했다.
'동네 한 바퀴'를 연출하는 한경택 PD는 "우리 프로그램만의 차별화된 지점은 아날로그 감성이다. 골목에서 만나게 되는 옛 기억들이 주는 행복, 각각의 행복했던 기억을 꺼내서 던져주면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의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영철이 동네라는 콘텐츠를 갖고 스토리텔링하는 게 기본 포맷"이라며 "김영철의 인간적 매력과 국민 배우 이미지가 동네 이야기와 결합하면서 얻게 되는 시너지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촬영 전 일주일 이상 제작진이 먼저 현장에 머무르며 이야기를 찾아내지만 실제 '동네 한 바퀴'를 끌고 가는 건 오롯이 김영철의 몫이다. 카메라와 시청자는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의 눈길은 소소한 것도 예사로 봐 넘기지 않는다. 서울 성북동 한 마을을 걸으면서 "담장이 어깨 높이밖에 안 돼서 집 안의 살림살이가 다 보이네요. 동네 주민들이 그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뜻이겠죠"라고 말하거나 잎이 다 진 감나무를 보곤 "서리 맞은 감을 안 땄구나. 서리 맞은 감이 더 달죠"라고 볼 줄 안다. '길거리 인터뷰'에도 이젠 요령이 붙었다. 스스럼 없이 다가가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그의 소탈한 매력이 진가를 발휘한다. "이젠 촬영이 아니더라도 누굴 만나 대화하면 이 사람은 삶이 어떻겠구나까지 보이는 것 같아요. 관상도 봅니다. 하하."
'동네 한 바퀴'는 이젠 그의 삶 일부가 됐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저를 젊게 만들어주고 제게 즐거움을 줍니다. 가야할 곳이 있고,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이 있다는 게 아직도 청춘 같아요." 동네 한 바퀴를 돌 때 보통 12~13㎞를 걷는데도 끄떡없단다. 오히려 '동네 한 바퀴' 1,000회 방송을 새 목표로 잡았다. "100회 오는데 2년 걸렸으니 1,000회면 20년이더라고요. 그때면 이순재 선생님 나이가 되더라고요,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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