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계성고 김혜영양, 중1부터 기록물
엄마에게 빌린 50만원으로 단상집 300권 발간
“나의 단상집은 코로나19의 반전물이다.”
대구지역 여고 2학년이 최근 자비로 단상(斷想)집을 발간했다. 대구 계성고 2학년 김혜영(18)양 얘기다. 고향 어르신과 지인 등에게 기증한 김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도 제대로 못 가는 사태가 단상집 발간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김양이 낸 책은 100쪽 가량에 손바닥 안에 들어갈만한 미니북 형태다. 중 1때부터 평소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깨알같이 메모해 둔 것을 엄선해 다듬어 책으로 냈다. 책을 내는데 엄마에게 갚기로 하고 무이자로 빌린 50만원이 들었다. 300권을 만들었다.
단상집은 김양의 고향 경주에 살고 있는 친인척과 저명인사 등에게 무상으로 증정했다. “하찮게 보일 수 있는 단상집이지만, 문학계에 등단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단상집에 실린 글은 그 동안의 일상을 기록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기성세대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글도 눈에 띈다.
‘진정한 어른을 만날 수 있는 곳’의 글에선 비양심적인 어른들을 우회적으로 고발한다. ‘기회주의자가 왜 나빠’에선 기회주의자가 나쁜 것보다는 어리석게도 남에게 휘둘린다는 사실도 모른 채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게 진짜 나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양이 단상집을 발간하게 된 것은 코로나로 일상의 시계가 멈추게 되자 이를 극복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구는 2월 조기방학과 신학기 개학연기로 100일 이상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2학기에도 격주로 등교하는 일이 이어지다가 수능시험 후 1, 2학년들은 매일 등교하는 실정이다.
김양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에서 또래들과 소통한다. 이때 사용하는 아이디에서 따온 ‘911 ofmind’를 필명으로 쓴다. 미국과 영국의 긴급전화번호 911을 붙인 것으로, 마인드(mind)를 구출하는 활동의 장이라고 소개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이번 단상집을 낼 때 자신이 구할 수 있는 한에서는 가장 친환경적인 종이와 잉크를 선택했다고 했다. 김양은 “환경보전을 위해 정부가 하지 않거나 하기 힘든 일을 하는 비정부기구(NGO)를 직접 만들어 우리 사회를 위해 뜻 깊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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