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헬스클럽 환기 시스템 관리로 집단감염 막아
국내 누리꾼들 "영업 허용하되 환기 지침 강화" 제안
전문가들 "다층 구조의 '스위스 치즈 모델' 방역 돼야"
“식당에서 옆자리 분들이 말을 많이 해 환기하려고 문을 열었더니 일하시는 분이 닫아 버리시네요.”
“겨울 내내 카페ㆍ음식점 운영을 못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환기 시키는 걸 강제하는 건 어떤가요.”
8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돼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차라리 환기 지침을 강제하고 대신 영업 제한을 완화하자’는 의견이 퍼지고 있다.
지난달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과 함께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 지침을 개정하면서 1일 3회 이상 환기를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에 불과해 온라인 상에는 ‘카페나 음식점에서 주기적으로 환기하는 곳을 별로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해외에서 입국해 자가격리에서 막 벗어났다는 한 누리꾼은 "한국 상황은 외국과 비교해 훨씬 나은 편이지만 환기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은 놀라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산화탄소 측정기 설치로 공기 감염 상황 막아
최근 전국에서 우후죽순 발생한 음악 연습실·실내 체육시설 등의 집단감염 사례는 모두 환기 불량과 연관이 깊다. 지하 공간에 있어 자연적으로 공기 순환이 어려운 곳 상당수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반면 지난달 미국 CNN방송은 환기를 철저히 유지해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피한 '환기의 기적' 사례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州) 블랙스버그의 '460피트니스'에서는 9월 트레이너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그가 지도한 50명의 회원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헬스클럽은 다른 운동시설처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3월 운영을 중단했다. 시설 소유주인 벨벳 미닉은 6월 주 정부 지침에 따라 클럽이 다시 문을 열게 되자 클럽 회원인 린지 마 버지니아공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와 어떻게 하면 좀 더 안전하게 클럽 운영을 할 수 있을지 의논했다.
마 교수는 해당 클럽이 있는 건축물의 난방·환기·공조(HVAC) 시스템을 점검했더니 미국 냉난방공조학회(ASHRAE)가 제시한 기준보다 환기율이 뛰어나다는 점을 알게 됐다. 마 교수는 내친 김에 이산화탄소 측정기를 설치하고 환기량을 수시로 확인할 것을 미닉에게 권했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많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호흡을 통해 나온 미세 입자에 둘러싸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미닉은 같은 시간에 운동하는 회원 사이의 거리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한 2m보다 더 먼 3m로 벌릴 것을 제안했다.
미닉은 겨울이 다가오지만 마스크 의무 착용과 함께 이렇게 만든 규칙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는 "회원들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추운 것은 기꺼이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얼에서는 일부 학교가 창문을 열기 어려운 추운 날씨가 되면서 환기율을 높이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대량으로 구입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스위스 치즈 모델' 관심...한 가지 방역에 기대서는 코로나19 못 막아
이처럼 환기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 언급되는 '스위스 치즈 모델' 이론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많은 전문가들이 영국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이 제시한 사고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스위스 치즈' 모형을 코로나19 방역 모델로 언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스위스 치즈에 구멍이 많지만 구멍이 많은 치즈도 여러장 겹치면 구멍이 사라지는 데 비유한 개념"이라며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진단과 추적, 환기, 정부 대책 등 어느 한 축도 소홀히 해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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