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증 환자, 2주전 대비 2배
행정적인 숫자와 현장은 달라
이미 포화 상태 '병상 대란' 임박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위·중증 환자가 입원할 중환자 병상이 없다. 정부는 1~2주는 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이미 포화 상태로 '병상 대란'이 임박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당장 민간 대형병원들의 중환자실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감염병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의 주영수 기획조정실장은 8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중환자 병상은 전날 기준 12개가 남았다"며 "이 정도 숫자면 실제로 중환자가 발생해도 바로 입원을 시키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숫자상으로는 비어있는 병상으로 분류돼도, 긴급 환자 발생으로 인력이나 장비가 부족해 환자 배정을 할 수 없다거나 내부에서 발생한 중환자를 위해 병상을 비워놓고 있는 경우 등이 적지 않다. '12개가 남아 있다' 해도 실제로 중환자를 빠르게 입원시키지 못한다는 얘기다. 위중증 환자는 이미 많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환자는 8명 늘어난 134명으로 2주전 70명 대에 비해 두배나 많다. 주 실장은 "보통 행정적인 숫자와 현장의 갭이 10개 병상 정도 있다고 보면 되는데, 현재 그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라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중환자 병상이 전국 40여개, 수도권에는 12개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미 한계에 달했다고 본다.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600명대 안팎을 기록 중인 데다, 수도권에서 환자가 집중 발생해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중환자 병상은 단 6개만 비어 있는 상태다. 증세가 악화한 환자,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해 '대기상태'인 경우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낳은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방역 대응은 치료와 관련해선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이 상태로 가면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한 대응체계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에도 힘이 실린다. 중환자 병상은 일반 병상에 비해 간호사 인력이 5~6배 이상 필요하고 많은 의료 자원이 투입된다. 생활치료센터처럼 급히 늘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국내에 중환자 병상이 1만개 정도인데 코로나 중환자용으로 활용되는 것은 170개 정도"라며 "한국은 공공의료 비중이 10%도 안되는 나라인 만큼 대형병원 시스템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민간병원의 중환자실 병상을 강제로라도 끌어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대형병원 눈치를 보느라 민간병상 동원을 차일피일 미뤄왔다"며 "병상확보 문제 해결의 출발은 가장 많은 의료자원을 가진 빅5 병원(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 등)에 대한 병상동원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감염병예방관리법에 따르면 정부는 ‘감염병 유행기간 중 의료기관 병상, 연수원·숙박시설 등 시설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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