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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연내 개정 사실상 무산… 1년 8개월 허비한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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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연내 개정 사실상 무산… 1년 8개월 허비한 국회

입력
2020.12.08 17:20
수정
2020.12.0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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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공청회도 공수처법에 밀려 무관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8일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8일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에서도 여성은 '나중에'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임신중지죄(낙태죄)에 위헌 결정을 내리고 낙태죄 개정을 주문했다. 개정 시한은 낙태죄 효력이 자동 정지되는 내년 1월 1일 이전이었다. 그러나 1년 8개월을 국회는 허비했다. 의료 현장의 임신중지 시술 거부 혹은 남용이라는 부작용은 여성들의 몫이 됐다.


공수처법 처리에 낙태죄 공청회는 뒷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8일 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헌재가 임신중지 시술을 하는 여성이나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의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후 입법 공청회가 열린 건 처음이었다.

그러나 공청회장은 썰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오전 공청회를 명분 삼아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더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는 꼼수를 썼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항의하며 자리를 떴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도 성의가 없었다. 공청회 진술인 8명에게 형식적 질문을 하거나, 자리를 비웠다.

입법을 위한 여론 수렴 절차인 공청회가 파행하면서 낙태죄 개정안은 연내 국회 처리는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안(임신 14주 이내 전면 허용·15~24주 조건부 허용)과 여야 의원들이 각각 내놓은 안의 스펙트럼이 넓어 절충안을 만드는 것부터 어렵다.

정쟁으로 가뜩이나 시끄러울 임시국회에서 민주당이 낙태죄 입법을 우선 순위에 올릴 가능성도 별로 없다. 입법을 추진하면 여성계나 종교계 중 한 쪽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민주당의 한 의원은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만큼 시급한 법안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단체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 회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열린 '여성의 입에 재갈 물리는 경찰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여성단체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 회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열린 '여성의 입에 재갈 물리는 경찰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낙태'죄'만 사라지는 입법공백… 여성들 피해 우려

하지만 당장 의료계가 혼란을 호소한다. 내년 1월 1일 이후엔 34주 태아를 낙태해도 여성은 처벌받지 않지만, 의료인은 영아살인죄 적용을 받을 소지가 있다. 올해 8월 서울고등법원은 34주 태아를 낙태한 산부인과 의사에 대해 낙태죄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살인죄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6개월과 의사면허정지 3년을 선고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낙태 허용 주수에 대한 법적 결론이 없으면 현장에서 처벌을 우려해 진료를 거부하거나, 반대로 여성 건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시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이 원했던 '안전한 낙태'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자연 유산을 유도하는 '미프진'(미페프리스톤)과 같은 약물을 사용하는 임신중지 방안을 허용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정부 발의) 등이 대체 법안이지만, 연내 처리는 어렵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관계자는 "헌재 결정 후 시간이 충분했는데 정부와 여당이 종교계와 여성계 눈치를 동시에 보느라 입법 시기를 놓쳤다"며 "현재까지도 우선 처리 법안 순위에 없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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