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만 아니었으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을 텐데 답답하네요. 산업재해 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참 많은 사람들이 산재로 죽고 다치는데, 왜 정치인들은 법 만들기에 미적거릴까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큼은 꼭 통과시켜서 용균이한테 ‘엄마가 이렇게 했어’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8일 고 (故)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안타까움을 떨치지 못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위해 김씨는 하루 전인 7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 홀에서 김종철 정의당 대표 등과 함께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알려졌다시피 고인은 지난 2018년 12월 10일 홀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 점검 작업을 하던 중 사망한 비정규직 근로자. 이 사건 이후 산업재해 책임을 사업주에게도 물어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활발했고, 그 바람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모아졌다.
이미 제출된 법안은 많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ㆍ이탄희ㆍ장철민 의원,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등이 내놓은 5개 법안이 있다. 세부적 내용은 다르지만,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와 법인이 책임지도록 했다는 점은 똑같다. 하지만 공수처법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 문제가 제대로 다뤄질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김용균재단은 사업주나 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 원하는 게 아니다. 가혹한 처벌만 강조하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송비용을 댈 수 없는 중소기업들만 처벌받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현장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소위 김용균법이 올해 초부터 시행됐지만, 그 뒤 건설 현장 사망 산재는 되레 20% 정도 늘었다”며 “엄벌주의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김용균재단도 사업주와 기업에 대한 '엄벌'보다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내용이면 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여당 내에서조차 입장 정리가 이뤄지지 못한 만큼, 10일 이후 임시국회가 열린다 해도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기 어렵다. 당 지도부도 이미 연내 우선 처리 법안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애초 여론을 의식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한 측면이 강하다”며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하는 선에서 매듭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