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를 살려주세요. 폐 이식이 꼭 필요합니다!”
30대 멕시코 교민이 지난 8월 50대인 멕시코에 사는 자신의 어머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폐가 망가져 목숨이 위태롭다며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에 보낸 이메일 한 통이 어머니에게 새 삶을 안겨주었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지난 9월 코로나19 완치 후 발생한 폐섬유증으로 폐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인공 호흡기와 에크모(ECMO) 등 기계 장치에 목숨을 의존해왔던 멕시코 교민 김충영(55ㆍ여)씨를 한국으로 데려와 폐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멕시코시티에 거주하는 김씨는 올 6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현지 ABC병원에 입원했으나 사흘 만에 폐렴이 악화해 인공 호흡기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의 90% 이상이 딱딱하게 굳는 등 폐 기능이 거의 사라지자 현지 의료진은 김씨 가족에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 가족들은 7월 김씨를 멕시코에서 유일하게 폐 이식에 성공한 크리스터스 무구에르사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폐 이식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 장기 기증 문화도 보편화되지 않아 실제 수술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이에 김씨 아들 정재준(34)씨는 8월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 폐 이식으로 어머니를 살려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확인한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멕시코 현지 의료진과 연락해 김씨의 상태를 파악하고, 여러 차례 논의 끝에 폐 이식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김씨가 의식도 없는 데다 폐 기능도 없어져 멕시코에서 우리나라까지 안전하게 이송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현지 의료진과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의 도움 덕분에 김씨는 인공 호흡기와 에크모를 장착한 채 에어엠뷸런스를 타고 멕시코를 출발했다. 캐나다 벤쿠버, 미국 알래스카, 러시아 등 4개국을 거쳐 24시간 넘게 1만2,000㎞를 이동한 끝에 8월 9일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 김씨는 마침내 9월 11일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에 의해 10시간 넘는 수술 끝에 뇌사자 폐를 이식받았다. 이식 후에도 상당 기간 인공 호흡기에 의존하던 김씨는 재활 치료를 거쳐 현재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멕시코에서 코로나19 감염 후 폐렴과 패혈증, 폐섬유증까지 생겨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막막한 상황에서 가족과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폐 이식 수술을 받게 돼 다시 태어난 것 같다”고 했다.
수술을 집도한 박승일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멕시코에서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재외 국민을 고국에서 폐 이식으로 살려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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