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 서태평양서 내년 美·日과 훈련
경제·인권 넘어 대중 군사 포위망 가세
中, "19세기 아편전쟁 침략 상황 유사"
"美의 졸(卒)을 자처하지 마라" 경고도
서태평양은 중국이 대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관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봉쇄에 서유럽 동맹국이 가세하면서 갈수록 길목이 좁아지고 있다. 이에 중국은 “제2의 아편전쟁은 없다”며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중국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영국과 프랑스다. 영국은 내년 초 항공모함을, 프랑스는 내년 5월 상륙부대를 보내 서태평양에서 미국ㆍ일본과 연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도 가까운 곳이다. 또 미국은 태평양억지구상(PDI)을 통해 중국의 숨통을 틀어막을 심산이다. 2014년 크림반도를 침공한 러시아에 맞선 유럽억지구상(EDI)의 전례를 따른 것이다.
유럽은 화웨이 경제제재, 홍콩ㆍ신장위구르 인권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등을 놓고 미국과 보조를 맞춰 중국을 공격해왔다. 하지만 미국 주도 군사훈련에 동참해 포위망을 구축하는 건 이례적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 압박과 차기 바이든 정부의 동맹 중시 기조에 모두 부응하는 셈이다.
중국은 서구 열강이 몰려들었던 19세기 ‘아편전쟁’ 당시 치욕을 거론하며 극도로 경계했다. 장쥔셔(張軍社) 인민해방군 해군군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8일 “중국은 침략 세력의 대포 몇 방에 유린당하던 100여년 전과는 전혀 다르다”며 “다시 중국을 자극한다면 즉각 격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이들 국가를 향해 “미국의 졸(卒)이 되길 자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영국과 프랑스는 서태평양에서 강력하고 장기적인 작전을 수행할 능력도, 중국에 맞설 의지와 결단력도 없다”고 깎아 내렸다. 또 “중국은 20세기 전반의 일본이나 20세기 후반의 소련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위협론’은 미국의 정치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유럽과 경제적으로 밀착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중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총액은 4조500억위안(약 673조원)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해 EU는 미국을 제치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에 이어 중국의 두 번째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대변해온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유럽이 자신들의 이익이 아닌 미국에 충성하기 위해 왜 미국을 도와 중국을 죽이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향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같은 군사동맹이 동아시아에는 없고, 한일 모두 중국과 다방면으로 긴밀하게 얽혀 있어 미국의 PDI 참여를 꺼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PDI는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해외 미군 전력 재배치까지 염두에 둔 개념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을 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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